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홍콩ELS 1월부터 대규모 손실 전망…"DLF보다 손실투자자 훨씬 많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중은행 판매한 ELS 상품 만기 내년 1월부터 도래

H지수 안오르면 1~5월까지 대규모 손실 집중

DLF 최소가입액 1억원, 피해인원 상대적으로 적어

ELS 최소가입액 500만원, 3~4조원 손실 나면

손실 보는 투자자 DLF 사태 때보다 훨씬 많을 것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조원대 손실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는 이번 사건을 통해 손실을 보게 되는 투자자들은 지난 2019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29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피해는 1월부터 시작해서 상반기에 집중될 것"이라며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H지수가 고점에 달했을 때 투자했던 사람들의 만기가 차례대로 돌아와 내년 상반기에는 매달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 규모도 DLF 사태 때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DLF 사태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손실금액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각각 3000억원 정도였고, 이와 연관된 투자자들은 각각 1200여명, 1800여명이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DLF는 최소 가입 한도가 1억원인데다 사모펀드여서 손실이 이 정도에 그쳤다"며 "그런데 홍콩 ELS는 공모펀드인데다 최소가입금액이 500만원이고, 현재 기준으로 손실만 4조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DLF 때보다 손실 투자자 범위가 훨씬 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ELS 투자 이력 있으면 "나는 몰랐다" 안 통할 것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다. 금융권에선 상품 구조와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별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판매 잔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4조7726억원),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만기 시점에 35~55%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2021년 2월 12106.77까지 올랐던 H지수는 지난 28일 기준 5957.08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수조원대 손실 위기에 처하자 은행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국은 휴대폰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입한 경우에는 투자자 스스로 상품 위험성과 구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확률이 낮다고 본다. 그러나 은행 창구에서 대면으로 가입한 경우에는 다르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사할 때 투자자들의 상품 가입 계약서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체크가 안 된 항목 등을 찾아낸다. ELS 판매는 은행의 경우 창구 가입 비중이 높다. 당국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국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진 정황을 찾아내면 투자자들은 원금 일부나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당국은 라임 무역금융 펀드 사태 때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DLF사태 때에도 투자 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었다.

다만 은행에서 대면으로 ELS에 가입했다고 해도 과거 비슷한 상품에 가입했던 이력이 있다면 배상받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 상품으로 예전에 수익을 거뒀던 투자자의 경우 이번에 손해를 봤다고 해서 '예금인 줄 알았다', '손해 볼 줄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ELS 상품 투자를 해본 사람은 고령자라고 해도 상품 특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이런 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사할 때 고려 대상이 된다"고 했다.

H지수 연계 ELS 가입자의 상당수가 고령자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입이 있는 30~40대는 주택구입이나 육아에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ELS 같은 상품에 투자할 금전적 여유가 없다"며 "은퇴자들이 퇴직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목돈을 굴리려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중 은행들 판매 중단·중단계획

한편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요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거나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H지수 편입 ELS 판매 중단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H지수 연계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판매 비중을 큰 폭으로 줄였다. 희망 시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금지 규제가 재검토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DLF 사태 때도 당국은 시중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후속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이 '40조원 이상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게 된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제한적으로 ELT를 판매하는 건 허용하기로 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ELS 손실이 나기 시작한 건 아니라서 당장 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인데다가 은행들의 비이자수익 원천을 없애는 일이라 조심스럽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