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자료 예상할 수 없었던 거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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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학교폭력 피해학생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한 가해학생 아버지에 대해 최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 정보를 건넨 교사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데 반해 아버지에 대해선 범행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지난 23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윤모씨(54)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윤씨는 2015년 11월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된 서울 동작구 모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아버지다.
당시 윤씨 딸 외 1명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학생 A는 학내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자신의 사건을 '혐의 없음' 처분하고 가해학생들에게 별도 징계 없이 화해를 권유한 데 대해 불복하고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대책위는 이듬해 1월 윤씨 딸 등이 A에 서면으로 사과하고 접촉·보복행위 등 금지를 명하는 재심 결정을 내렸다. 윤씨 딸 등도 대책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요청했다.
윤씨는 2016년 2월 행정심판 준비에 필요한 자료들을 학교 생활지도부장인 박모씨에게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A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가 담긴 자료를 취득하게 된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후 박씨에게 행정심판 청구 절차 등에 제출할 유리한 자료를 요구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부정한 목적으로 박씨로부터 A에 대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지난해 11월 기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서는 안 된다.
다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윤씨가 A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게 된 것은 순전히 박씨 개인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행정심판 준비를 위해 행정사 조언에 따라 관련 자료를 요청했던 것일 뿐 해당 자료 제공을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 입장에서는 자기 딸이 학교폭력 가해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학교 측 의견이 필요했던 것이지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위 자료를 제공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씨로부터 이메일로 전송받은 파일을 열람해 그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해당 자료에 A의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박씨가 자신에게 무단 유출할 것을 예상할 수도 없었을 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사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29일 항소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올해 3월 박씨에 대해 개인 정보 유출과 비밀 누설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기존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박씨 사건 1심을 맡은 형사3단독 양환승 판사는 "피고인이 자료에 포함된 A의 개인정보를 업무상 취득했다고 봄이 옳다"며 "인권위 제출 목적과 무관하게 가해학생들의 행정심판 청구 등을 도울 목적으로 해당 자료를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 3월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형을 확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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