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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한 병 7000원 시대 안 돼”… 정부, 소주 가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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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끝나고 소주 한 잔 하는게 낙인데…한 병에 7000원은 너무 부담된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애주가 A(46)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A씨는 “지금도 이미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계속해서 커지는 부담에 이제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하자고 말하기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서민의 술’로 일컬어지던 소주 가격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며 한 병에 6000원을 넘어 곧 7000원까지 오를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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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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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더 이상의 소주가 인상을 막거나 떨어뜨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류 판매 가격 책정이 가게 주인의 재량인 만큼 소주 판매가를 낮추더라도 업소 판매가가 다시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는 국산 주류 과세 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세법 시행령’ 및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내에서 제조한 주류의 주세액을 계산할 때 제조장 판매 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 차감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상은 소주 등 종가세(과세를 상품 금액에 두는 조세)가 부과되는 주류다.

기준 판매비율은 출고가 가운데 판매·관리비 등의 비율을 정하는 것으로, 이 비율 만큼 세금을 깎아준다. 다시 말해, 제조장 판매 가격에서 판관비 등을 차감한 금액에만 세금을 매겨 출고가가 저렴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가게에 주류 가격을 내리라고 요청할 수 없으니 다양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업소용 출고가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1200원대,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1100원대 수준인데 세금은 최대 600원대 수준이다. 기준 판매비율 40%를 감경해 주더라도 빠지는 가격이 300원을 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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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전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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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같은 출고가 하락이 체감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출고가보다 도매비용, 임대료, 인건비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소주가 인하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국세청은 올해 7월 식당 등 소매업자가 술을 도매가보다 싸게 팔 수 있도록 주류업계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원칙적으로 소매업자는 도매가 이하로 술을 팔 수 없지만, 당시 국세청은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주 가격을 도매가보다 낮춰서 판매한 가게는 소수이며 그마저도 일시적이었다. 대부분 가게의 소주 가격은 모두 5000∼6000원을 유지 중이고 잠깐 낮췄었던 가게들도 다시 이전 가격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류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식당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이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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