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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취업과 일자리

일손 급한데 단속 느슨 … 불체자 고용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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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 직원 4~5명 규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모 대표(31)는 불법체류자 고용 문제로 5000만원에 가까운 벌금을 냈다.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인 노동자 20여 명을 단기 고용했는데, 절반이 불법체류 신분이었다.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당장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쟁 업체가 앙심을 품고 신고하거나 불법체류 외국인이 고용주와 다투고 자진 신고하지 않는 이상 단속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노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대다수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출입국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법무부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법체류자 고용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가 올해 9월 말 발간한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2013년 약 158만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올해 9월 약 251만명으로 10년 새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도 덩달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약 18만명에 그쳤던 불법체류 외국인은 올해 9월 기준 43만명까지 늘었다. 이는 국내에 입국한 이후 체류기간이 지났음에도 연장하지 않았거나 출국 기록이 없는 외국인 입국자들을 통계로 낸 수치다.

상황이 이렇지만 법무부 감시망은 여전히 허술하다.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법무부는 전국에 외국인 출입국 담당기관(외국인청·지역출장소 포함) 약 55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불법체류자 단속·적발에 투입될 수 있는 인원은 전국에서 302명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1명당 1400명이 넘는 인원을 단속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무부는 올해 3~5월 불법체류자 추방을 위한 정부 합동 단속을 펼쳤지만 전체 중 2%에 불과한 7578명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한국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 많아 의사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에 바로 힘들고 거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다. 이에 일부 인력사무소에서는 "불법과 합법 중 어떤 신분을 원하느냐"며 선택을 권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느슨한 감시망을 악용해 인력사무소가 불법체류자 '공급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모든 출장소에 단속 직원을 둘 여력이 안 돼 불법체류자 신고가 접수되면 인접 지역 인력을 합쳐 팀을 꾸린 뒤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많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단속 인력 충원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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