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97%에 이르렀던 중국산 요소 비중은 수입처 다변화로 지난해 67%까지 하락했지만 올 들어 다시 90%대로 높아졌다. 현재 국내에는 3개월치 요소 비축분이 있다. 정부는 중국의 이번 조치에 정치적 의도가 없고, 국내 요소 수급 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2021년 10월과 같은 ‘요소수 대란’이 오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은 이달부터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의 중국 흑연 의존도는 70%에 이른다. 기업들이 3~5개월분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하지만 문제는 흑연만이 아니다. 배터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는 망간 95%, 코발트 73%, 리튬 67% 등이다. 한·중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방적 공급망은 중국의 볼모나 다름없다. 원료가 하나라도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대중 견제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우려기업(FEOC) 관련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한 광물을 배터리에 사용한 전기차 제조업체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합작 법인도 중국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게 골자다. 미국 규제를 우회하려는 중국 시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중국과 5 대 5 합작이 많은 한국 기업들이 결과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분쟁에서 한국은 중간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다.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외부 악재만 추가되고 있으니 걱정이다. 근본 해법은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입·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원재료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에 정부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행 요소 수출 통관을 돌연 보류한 가운데 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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