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이 추진 중인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서 민간인통제선 지역과 북한 개성 송악산 능선이 보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생전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유해는 2년째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 중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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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이 바라다보이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를 안장하려던 유족의 계획이 무산됐다.
해당 토지 소유자 신모씨는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 땅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장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부담을 느꼈다”며 “앞으로 돈을 싸들고 와도 땅을 안 팔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 시대 때 영의정을 지낸 조상님이 임금님께 하사받은 땅을 팔려고 내놓았었는데, 조상님께 죄송한 마음 때문에라도 다시는 이 땅을 매물로 내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 유족들이 택한 장소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있다. 민간 사유지인 안장 예정지는 약 100m 고지에 위치해 ‘장산 전망대’로 불리는 곳이다. 군 주둔지가 아니며, 개성 등 북한 땅이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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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주 “조상님이 임금님께 하사받은 땅, 다시는 내놓지 않을 것”
신씨에 따르면 이 땅은 당초 지난해 3월 지인들이 ‘산(6만 6000㎡)을 캠핑장과 요양원으로 개발하고 싶다’며 찾아와서 토지매매를 위한 가계약을 맺었다”며 “그리고 지난 10월까지 관련 인허가를 마치고 본계약을 하기로 했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토지에 캠핑장과 요양원을 짓기 위해서는 군 당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고, 매수자 측으로부터 매수대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신씨는 “지난 8월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서 이 땅 중 북녘이 잘 보이는 일부를 사겠다고 연락해왔다”며 “이에 ‘이미 가계약 상태이니, 먼저 가계약한 한 측과 협의하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 측은 가계약을 한 측과 협의를 통해 일부 용지 매입을 추진했다고 한다.
진보당파주지역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파주노동희망센터, DMZ생태평화학교 등 11개 파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파주시청 앞에서 ‘전두환 파주 장산리 매장’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 파주노동희망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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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유해, 당분간 파주 안장 힘들 전망
신씨의 땅이 아니더라도 2년 이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 중인 전 전 대통령의 유해 파주 안장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진보당파주지역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파주노동희망센터, DMZ생태평화학교 등 11개 파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파주시청 앞에서 ‘전두환 파주 장산리 매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장산리는 임진강과 북녘땅 개성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각종 평화통일 행사를 열어왔던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장소’로 그 의미가 파주시민들에게 남다른 곳”이라며 “그런 곳에 ‘쿠데타’ ‘광주학살’ ‘군부독재’ ‘민중탄압’ ‘남북대결’의 상징인 전두환이 묻힐 자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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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장도 파주 안장 결사적으로 반대 입장
김경일 파주시장도 지난 1일 SNS에 글을 올려 “시민의 뜻을 받드는 시장으로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 지키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민주주의 훼손하고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의 유해가 파주시에 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시장은 “현재까지 파주시에 토지 사용에 대한 문의나 행정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지속해 동향을 살피고 모든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며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달 30일 “사유지인 장지의 매입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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