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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챗GPT 잡아라” ‘동맹’ 맺은 후발주자들...유럽 AI법은 통과 불투명 |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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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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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냐, 닫느냐. 오픈AI‧구글 등 인공지능(AI) 선발주자들이 기술 빗장을 걸어 잠그자, 업계 후발주자들이 한데 뭉쳤다. 서로 동맹을 맺고 기술을 개방해 선발주자를 맹추격한다는 전략이다.

5일(현지시간) 메타‧IBM을 비롯해 50개 이상의 AI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AI 동맹(AI Alliance)’이 출범했다. 이들은 기술을 무료로 공유하는 오픈소스(open-source)를 뿌리에 두고 ‘개방형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다리오 길 IBM 수석부사장은 “지난 1년간 AI에 대한 논의는 생태계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해 불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8월부터 ‘오픈AI 만큼’ 주목 받지는 못했던 기업들을 모아, 동맹을 결성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동맹은 AI 소프트웨어(SW)·모델·도구 전반에 걸쳐 개방형 기술을 구축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누가 참여하나



동맹에는 산학연이 고루 이름을 올렸다. 우선 인텔, AMD, 오라클 등 미국의 반도체·IT 대기업을 비롯해 스태빌리티AI, 허깅페이스 등 생성 AI 스타트업들도 참여한다. 예일대, 코넬대, 도쿄대 등 유수의 대학과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기관들도 동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참여 기업들을 두고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에 쏠리는 관심을 따라잡고자 고군분투 중인 기업들”이라고 했다.



무슨 의미야



AI 생태계는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다. 챗GPT 열풍을 주도한 오픈AI가 압도적인 선두에 있지만, 이를 따라잡기 위한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기술 연구‧개발을 두고는 ‘폐쇄 대(對) 개방’ 두 개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 동맹으로 개방 진영의 전선이 크게 확대되면 오픈소스의 ‘메기 효과’가 시장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CEO 축출’ 사태로 갖은 혼란을 겪은 오픈AI로선 새로운 변수가 생긴 셈.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 닫는 이유: 오픈AI는 GPT-4 등 최신 거대언어모델(LLM)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GPT-4 대항마’로 팜2(PaLM2)를 발표한 구글도 마찬가지다. 이들 선발주자들이 중심에 선 폐쇄 진영은 비영리 연구 목적인 경우 외에는 기반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다. AI 기술을 함부로 공유·개방하면 악용될 수 있어 인류가 위험해진다는 이유다. 앞서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는 “AI 모델로 누군가 (악용하면)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오픈소스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기술·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이기도 하다. LLM 개발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노하우를 외부에 공짜로 알려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 여는 이유: AI 개방 진영은 “공유해야 더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진영의 대표주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LLM ‘라마(LLaMA)’의 소스코드를 연구 목적에 한해 무료 개방하면서,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후 라마를 활용해 만든 새 LLM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만든 ‘알파카’, 이미지 생성 AI로 유명한 스태빌리티AI의 ‘스태이블LM’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공개한 ‘라마2’는 상업적 활용에까지 전면 허용했다. 누구나 연구 결과를 맘껏 가져다 쓰도록 한 것.



더 알면 좋은 것



‘AI 규제’를 둘러싼 패권 전쟁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 의회는 AI 규제법(AI Act) 초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챗GPT 등 생성 AI 기술을 4단계 위험으로 나눠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EU의 AI 규제법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없는 유럽이 미국에 규제 주도권까지 넘기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왔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EU 주요국이 ‘자율 규제’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법안의 최종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이들 국가는 EU AI 규제법이 시행되면 자국의 생성 AI 기술 기업들의 경쟁력이 미국 기업들에 더 뒤쳐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법 제정 절차가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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