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것은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중국 의존이 더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2021년에 71%였던 중국산 요소 의존도는 지난해 67%로 감소했다가 올 들어 91%로 더 높아졌다. 가까운 중국에서 수입하는 게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기만 하면 국내 교통·물류망이 마비되고 관련 공장이 멈춰 서야 할 정도로 민감한 요소수 문제를 단순히 경제성 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 비용은 더 들더라도 경제 안보 차원에서 믿을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중국의 요소수 수출 중단에도 타격이 없다.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디젤차 비중이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요소 생산에 필요한 암모니아의 78%를 일본 내에서 자체 생산하기 때문이다. 미쓰이화학 등 4개 사가 91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22%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중국산에 의존하지 않는다.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 산업계 스스로가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롯데정밀화학 공장이 2011년 문을 닫은 이후 요소 생산이 중단됐다. 중국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주기적으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취약한 처지에 몰려있다. 정부는 중국 외 수입에 대해 할당 관세로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등의 지원 방안을 이어가고, 공공 비축도 확대하겠다지만 보다 근본적 대비책도 필요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단지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생산이 끊어진 물질에 대해서는 전략적 관점에서 최소한의 국내 생산이 가능한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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