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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업계 선두인 오픈AI가 지난달 벌어진 창업자 해고 소동을 수습 중인 가운데,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깜짝 공개하고 맹추격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구글은 ‘제미나이 1.0’을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개발 단계 초기부터 멀티모달(MultiModal·복합정보처리)로 설계된 게 특징. 문서·코드·오디오·이미지·동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인식해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생성 AI 모델들이 취약했던 수학적 추론도 제미나이는 잘 한다. 매개변수(파라미터) 크기에 따라 총 3개 모델(울트라·프로·나노)로 나뉜다. 범용 버전인 프로는 이날부터 구글의 챗봇 서비스인 바드(bard)에 바로 적용됐다. 구글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170개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영어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성능이 좋은 울트라는 내년 초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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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다른데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고, 말한다. 구글이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 사람이 종이에 오리 그림을 그리자 제미나이는 ‘새’(bird)란 점을 인식했고, 오리를 파란색으로 칠하자 “오리에게 흔한 색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오리 고무인형을 손으로 누르자 “‘꽥’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물 위에 뜨겠다”며 재질을 파악하고 근거도 설명했다. 또 손으로 가위·바위·보를 보여주자 ‘가위바위보 게임’을 인지하는 한편, 수학 문제를 보고는 정답 풀이 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의 AI 모델 중 가장 유능하다”고 자신했다.
성능 테스트 결과도 뛰어났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MMLU(거대 다중업무언어이해)에서 90.04%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수학·역사·의학·물리학 등 총 57개 주제에서 기계의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앞서 GPT-4는 86.4%, 전문가들은 89.8%의 점수를 기록했는데 제미나이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테스트가 아닌 실전에서도 GPT-4를 앞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제미나이는 놀랍지만 과대광고(hype)의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지난 4월 AI 조직인 구글브레인, 딥마인드를 구글 딥마인드로 통합하고 제미나이를 본격 개발해왔다. 바둑 AI ‘알파고’의 아버지로 유명한 데미스 하사비스가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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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제미나이의 체감 성능에 따라 AI 기술 생태계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구글은 약 8년 전부터 ‘AI 퍼스트’를 강조해왔지만, 1년 전 챗GPT 열풍으로 오픈AI에 갑자기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에 구글은 지난 3월 챗봇 바드를 출시하고, 팜2’(PaLM2) 등 신형 LLM을 내놓으며 설욕에 나섰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제미나이는 오픈AI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구글이 내놓은 회심의 카드다. 구글은 자체 개발 스마트폰 ‘픽셀’부터 검색·광고·브라우저(크롬) 등 구글 제품 전반에 제미나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 공짜 바드, 구독자 끌어갈까: 구글은 제미나이 프로를 탑재한 바드가 무료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월 20달러짜리 유료 챗GPT에는 신형 GPT-4를, 무료 챗GPT는 구형 GPT-3.5를 적용하고 있다. 구글이 유료 챗GPT 사용자들에게 더 뛰어난 성능의 AI 챗봇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셈. 오픈AI가 지난달 올트먼 해임 사태 여파로 AI 앱스토어 격인 ‘GPT스토어’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하며 주춤하는 사이 구글의 공략이 시작됐다.
◦ 빨라지는 경쟁: 오픈AI가 최신형 AI 모델인 GPT-4 터보를 내놓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구글이 더 똑똑한 AI를 내놓으면서 AI 경쟁 시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전날인 5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MS 코파일럿’에 오픈AI가 개발한 GPT-4 터보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IBM·인텔 등 50여개 기업과 손잡고 ‘AI 동맹’을 출범했다. 후발주자들끼리 연구·개발 협력을 확대해 오픈AI를 따라잡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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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알아야 해
AI 반도체 업계도 선두 엔비디아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 압도적 강자다. 특히 H100 등 주력 칩은 개당 50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장기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 AMD는 이 틈을 노리고 신제품을 공개했다. 6일 AMD는 AI용 반도체인 ‘인스팅트 MI300X’시리즈를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AM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엔비디아 아성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메타·오픈AI·MS 등이 AMD의 MI300X를 구매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선 MI300X가 엔비디아 H100을 얼마나 대체할지 주목하고 있다. CNBC는 “AMD 반도체가 일정 수준의 성능을 유지한다면 (엔비디아의) 강력한 대체재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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