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기소된 문재인정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은 올해 1월부터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가 당시 여론을 의식해 사건을 숨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피고인들은 은폐가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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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8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5회 공판을 연다. 이 사건 재판은 증인신문 중 군사기밀 정보 등의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피격 사실이 정부에 의해 은폐됐고, 이 과정에서 서 전 실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된 상황은 북한의 도발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라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하는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서 전 실장이 사건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이후엔 비판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자진 월북’으로 대응 기조를 바꿨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12월 구속되기도 했다. 서해 피격 의혹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와 관련한 검찰 수사 중 청와대 고위 인사가 구속된 첫 사례였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서 전 실장은 올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월 첫 정식재판에서 서 전 실장 측은 “이대준씨가 피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은폐하지도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며 “국정원과 국방부 안보실 수백명이 아는 사실이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했는데 은폐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원장 측은 “피고인이 장관회의에 참석할 지위에는 있었지만, 의사를 결정할 지위에 있지는 않았던 만큼 다른 피고인들과 ‘보안유지’ 여부를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이씨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북한 해역까지 가게 됐는지다. 당시 정부는 군 첩보 등을 토대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했다’는 해경 발표도 나왔다. 당시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었고 북한 민간선박에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첩보 내용, 이씨의 개인 채무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이런 발표가 조작된 것이라며, 자진 월북이 아닌 실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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