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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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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들이 우크라전 선전전에?…러 '허위정보' 새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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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사칭 "젤렌스키 마약중독" 퍼뜨린뒤 국영매체 보도로 확산

"러 '도플갱어' 작전 일환"…인공지능 발달로 악순환 가속화

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할리우드 배우 일라이저 우드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약 중독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다면?

얼핏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약에 중독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이 배우는 자신도 모른 채 러시아의 신종 정보전에 휘말린 것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우드뿐만 아니라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 배우 케이트 플래너리 등을 등장시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례를 보도했다.

이들이 나온 영상은 유명인이 사용자로부터 부탁받은 메시지를 동영상으로 찍어주는 인기 앱인 '카메오'를 이용해 제작된 것이다.

영상에서 우드는 "안녕, 블라디미르(볼로디미르의 러시아식 이름). 나는 일라이저입니다. 당신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이 영상은 이후 우드가 마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마약 및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는 것처럼 사용됐다.

우드 측은 관련 질의에 배우가 의뢰받은 메시지를 촬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절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언급하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을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카메오는 성명을 내고 해당 동영상이 회사 가이드라인을 위배했다면서 관련 사례에 대한 콘텐츠 삭제 및 계정 정지 등 방침을 확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위협분석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7월부터 이와 유사한 영상들이 러시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이후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미디어가 이를 보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 8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석상 또는 영상 메시지에서 종종 보이는 이상 행동들이 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포착됐고 이로 인해 마약 중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에는 가수 비욘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유명인의 사진과 함께 "미국이 노르트스트림(러-독 연결 해저 가스관)을 폭파한 것을 알고 있다"는 문구를 담은 게시물이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 등에 퍼졌다.

이는 지난해 9월 발트해에서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파괴 사건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러시아 입장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투옥 중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지지하며 러시아의 온라인 공작을 폭로하는 단체인 '안티봇4나발니'는 이 같은 캠페인이 '도플갱어'로 명명된 조직적 정보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언론사를 사칭해 개설된 가짜 웹사이트들도 '도플갱어' 작전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MS 역시 이들 캠페인이 과거 러시아 정보전의 특징을 띄고 있다면서 "러시아 사이버 요원들이 전장의 우위를 확보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내외 지지를 약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같은 허위 정보의 생산과 확산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에서의 극단주의를 추적하는 런던 전략대화연구소는 지난 5일 나발니를 비난하기 위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로 생산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 64개 봇 계정 네트워크를 엑스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략대화연구소는 "엑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가볍게 게시물을 스크롤 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런 콘텐츠가 쉽게 진짜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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