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청년 첫 심층조사…대체로 20대부터 은둔 시작
80%는 "벗어나고 싶어"…'경제적 지원', '취업 지원' 등 원해
은둔 청년 |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기자 =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청년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청년 평균이 3%도 안 되는 걸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해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립'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태, '은둔'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은 채 거주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상태를 뜻한다.
응답자 거주지역 분포 |
◇ 고립·은둔 청년 '20대 대졸자' 많아…75% "자살 생각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 발표한 '2022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와 복지부의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 모형 개발 연구'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수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19∼39세의 대면 접촉을 꺼리는 청년 5만6천여명이 온라인 링크를 통해 직접 접속했고, 실제 조사에 참여한 3만3천여명 가운데 2만1천360명이 최종 응답을 마쳤다.
최종 응답자 가운데 60%에 가까운 1만2천105명이 위험군으로 식별됐고, 2차 조사 등을 통해 1천903명이 도움을 공식 요청했다.
응답자 특성 |
응답자 가운데 여성(72.3%)이 남성(27.7%)의 약 2.6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김성아 보사연 박사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여성에서 더 높을 수 있다"며 "또 직접 링크를 통해 접속해서 응답하려는 최소한의 활력이 여성에서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37.0%), 30∼34세(32.4%)에서 고립·은둔청년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대학교 졸업자(75.4%)가 가장 많았고, 이후 고등학교 졸업(18.2%),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 이하(0.8%) 순이었다.
응답자 2명 중 1명꼴로 신체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
특히 75.4%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는데, 전체 청년의 평균 자살 생각 비율(2.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살을 생각한 이들 가운데 26.7%는 실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스스로 숨어버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비율이 점차 늘어, 정부나 지원단체의 신속한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청년의 80.8%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다만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45.6%)이 일상생활에 복귀하려 시도했다가 교통비 등 외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숨어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특성 |
◇ 10명 중 6명은 20대 때 은둔·고립 시작…'취업·대인관계' 등 원인
고립을 시작한 시기는 20대가 60.5%로 가장 많았고, 10대에 시작한 경우도 23.8%나 됐다.
그 이유로는 취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을 꼽았다.
10대 때 숨기 시작했다는 응답자가 꼽은 이유에서는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이 세 번째로 높았다.
숨어버린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6.3%)이 가장 많았다. 6.1%는 10년 이상 세상과 단절했다.
지난 2주간 가족이나 친척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6.8%로, 일반 청년(1.5%)의 10배에 달했다.
이들은 외부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로 '몰라서'(28.5%), '비용 부담 때문에'(11.9%), '지원기관이 없어서'(10.5%)' 등을 꼽았다.
필요한 도움(중복 응답)으로는 경제적 지원(88.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취업 및 일 경험 지원, 혼자 하는 활동 지원 등도 80% 넘게 꼽았다.
응답자들이 필요로 한 도움 |
응답자의 75.7%는 자신의 경제 수준을 '하층'으로 여겼고, 가족 전체를 하층으로 인식하는 비율(54.3%)도 절반을 넘었다.
특히 가족은 중상층이더라도 스스로는 하층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24.2%에 달했다.
지난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소득 활동을 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7.2%였다. 고립 청년(67.6%)이 은둔 청년(31.6%)보다는 그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가족이나 지인 등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69.9%로 가장 많았다. 열에 아홉은 미혼(89.5%)이었다.
이들에게 삶의 만족도를 물은 결과, 평균 3.7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의 만족도(6.7점)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숨어버렸기에 외부 정보를 얻는 경로로 '온라인 매체'에 주로 의존(73.2%)했다.
주로 하는 활동은 동영상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등이었다.
정부는 이날 범정부 차원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며, 내년 1월 취약청년 지원 시범사업을 할 4개 지역을 공모할 예정이다.
[그래픽]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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