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천610명 순직 인정 탄원서 서명…가해자 수사 진행 중
교육 당국, 피해 교원 법률지원 강화 등 보호책 마련
대전 사망 교사 추모제 |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엄마가 나약해서 매정한 선택을 한 게 아니라고…엄마는 열심히 살았는데 재난에 의해서 하늘나라로 간 거라고 아이들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의 남편은 14일 "아내 없이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현실을 회피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수년간 학부모 민원과 괴롭힘에 시달렸던 A씨가 사망한 지 오는 16일이면 100일이 되지만, 전국의 일선 교육 현장에서 지속되는 교권 추락 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교사노조와 유족들은 A씨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교사 개인의 책임이 아님을 증명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책과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해 학부모와 학교 관리인 고소에 나선 대전 교사 유족 |
◇ 사망 교사 순직 인정 탄원…전국서 3천610명 서명
대전교사노조가 A씨의 공무상 재해·순직 인정을 위한 탄원서 서명 운동을 벌인 결과 최근까지 전국에서 3천61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노조와 유족 측은 이미 A씨의 순직신청서 작성을 완료했는데, 다음 주 중으로 탄원서와 함께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순직 처리 절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교육공무원의 경우 통상 시도교육청에 서류를 제출하지만, 유족 측은 지역에서 유사 사례가 없었던 만큼 직접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유족 측이 명예훼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한 학부모 부부 8명과 교장·교감 등 전 근무지 관리자 2명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대전시교육청이 학부모 2명을 고발한 것까지 사건을 병합해 현재 10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고소인 조사를 마친데 범죄 관련 증거 수집을 마치는 대로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이와 별도로 A씨 근무 당시 교장·교감 등 관리자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관리자들은 시교육청 감사관실로부터 징계 통보를 받은 뒤 재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재심의 절차가 끝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이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후에도 소청 심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실제 징계가 확정되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씨 남편은 "아내의 죽음은 민원을 가장한 (언어)폭력, 관리자의 방관, 사회적 안전망 결여 등 사회적 재난에 의한 것"이라며 "징계와 경찰조사, 순직 처리 역시 재촉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어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에 쥔 추모의 꽃 |
◇ 대전시교육청 교육 활동 보호책 마련
대전시교육청은 교권 침해 예방과 피해 교원 보호, 법률 자문 지원을 골자로 한 교육활동 강화 10대 방안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모든 학교에 녹음 전화기를 설치하고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악성 민원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피해 교원에 대한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해 교원 보호·상담 지원 등을 강화한다.
갑질과 괴롭힘 등으로 피해를 본 교원에 대한 법률 지원도 좀 더 촘촘해진다.
시교육청은 1교1변호사(우리학교 변호사) 제도를 시행하고 지난달 변호사 65명을 위촉했다.
변호사 17명이 소속됐던 기존 교육활동 보호 법률지원단보다 4배가량 커진 규모다.
이들은 시교육청 관할 45개 지구에 배정돼 각급 학교에서 교원 피해 발생 시 직접적인 법률 상담 등을 진행하게 된다.
상담 범위는 교육활동 침해, 무고성 고소를 당한 교원, 악성 민원 대응, 교원과 학부모 간 법적 분쟁 중재 및 조정 등이다.
유선과 대면, 이메일 등으로 상담할 수 있고, 교원이 교육활동과 관련해 고소당하거나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변호사가 수사에 동행해 의견서 작성을 돕는다.
다만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교직원 간 고소 사건, 6대 비위(성적 조작·금품·향응 수수·공금 횡령·성폭력·상습폭행·음주운전)는 상담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 교육청은 '대전광역시 교육청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시행 이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조례안은 현재 대전시의회 상임위를 통과, 본회의 최종심의·의결을 앞두고 있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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