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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뚝, 누워만 있는다"…부동산에 발묶인 中중산층, 실업 위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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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자산 70%가 부동산, 대도시 주택 15%이상 하락…
집값 5% 빠지면 자산 3500조원 증발, 증시마저 부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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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있는 중국에서 집값 하락으로 중산층 가정의 자산이 녹아내리고 있다. 중산층 가정 상당수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는 가운데 실업 증가의 위협도 커진다.

18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가격이 5% 하락할 때마다 19조 위안(약 3500조원)의 자산이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선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부(富)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큰 강세장이 없는 한 금융자산이 올라도 주택자산의 손실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주택 가격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부동산 중개업자와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에 따르면 대도시 주요 지역에서는 15% 이상 하락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주택부문의 가치는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약 20%에서 2026년까지 약 16%로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약해지면서 도시 노동력의 약 1%에 해당하는 약 500만명이 실업 또는 소득 감소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증시 역시 부진하는 등 금융 투자도 개인 자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만 5% 넘게 하락 중이고, 홍콩 항셍지수는 17% 넘게 추락하고 있다. 뮤추얼펀드는 3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 부진 속에 예금 금리도 지난 1년 사이 세 차례 인하됐다.

UBS는 지난 8월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서 2022년 중국 성인 1인당 순자산이 2.2% 감소한 7만5731달러를 기록,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인당 순자산이 감소했다고 짚었다.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으로 비금융 자산이 축소된 여파다.

미디어업계 종사자인 에코 황(39세)은 저장성 닝보에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가 2019년 최고점 대비 약 100만 위안(1억8200만원) 하락하는 것을 지켜보곤 지난 5월 호가를 더 낮춰 팔았다. 그나마 매도에 성공한 게 다행이다. 매각 대금 대부분은 실시간 상환이 가능한 요구불예금과 머니마켓펀드에 넣었다. 황은 "급여가 줄어들거나 해고될지 누가 알겠냐"며 "목표는 자산의 안정성이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식은 물론 도지코인에도 투자했던 직장인 다니 왕(35세)은 최근 주식 트레이딩 앱을 지웠다. 100만 위안에 달하는 주식과 주식형펀드는 시세도 확인하지 않는다. 2022년 초 투자한 5만 위안의 도지코인은 절반으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왕은 "시장이 개선되길 바라며 가만히 누워만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상은행과 베인앤드컴퍼니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조차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주요 금전 목표 중 '자산 보호'를 꼽은 자산가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고, '부의 창출'에 대한 언급은 감소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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