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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일본과 ‘해양 안보 협력’ 손잡았지만… 중국 눈치에 속내 복잡한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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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아세안 협력 50주년 정상회의
중국 염두에 둔 해양 안보 협력 확대
'친중' 국가, 신경 건드릴라 몸 사리기
한국일보

기시다 후미오(앞줄 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이 18일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제로에너지탄소(AZEC) 정상회의에 앞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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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이 해상 안보 분야 강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남중국해 해양 패권을 향한 중국의 야욕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으며 정치·경제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캄보디아,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로 물리적 충돌까지 벌이고 있는 필리핀처럼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탓에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아세안, 중국 견제 위해 한데 모여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과 아세안 9개 회원국(미얀마 제외)은 전날 도쿄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해양 안보 협력 강화를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가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허리인 아세안과 함께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라는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략 요충지이자 역내 핵심 해상 무역로인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과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동맹국 일본은 물론,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영유권 충돌이 끊이지 않자 한데 모여 견제구를 던지기로 한 셈이다.

성명에는 ‘항행의 자유 지지’ ‘국제법 수호’ 등의 단어도 담겼다. 그간 미국과 일본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해 온 표현이다. 중국의 해양 패권 야욕에 맞서 일본과 아세안이 밀착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한국일보

팔리핀 해안경비대(PCG)가 11일 공개한 사진. 중국 해안경비정(오른쪽)이 10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보급선(가운데)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장면이 찍혔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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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발 고려해 언론 보도조차 안 해


그러나 이번 회담을 둘러싼 각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아세안’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역내외 이슈에 대응하고 있지만, 대(對)중국 의존도는 다른 까닭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일본 매체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남중국 해상에서의 긴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자신감이 커진 중국이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진정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일본, 미국의 3국 협력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 간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중 사이 중립 입장을 취해 온 싱가포르도 일본 해상자위대 항공기와 선박의 자국 기항을 허용하며 힘을 보탰다.

반면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몸 사리기에 나섰다. 모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세안의 대표 친중 국가다. 크메르타임스와 라오티엔타임스 등 양국 대표 매체는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등 정상의 회담 참석 소식은 전하면서도,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정이 체결된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일본이 대(對)캄보디아 투자액을 늘리거나 노동 문호를 더욱 개방했다는 경제 관련 소식(프놈펜포스트)이나 정상회담 내용은 빼놓고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총리가 일본에서 만나 국경에서의 인신매매, 마약 밀매 범죄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내용만 보도한 매체(라오스 VNA통신)도 적지 않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말레이시아에 구난정과 해상 감시용 드론 약 4억 엔(약 36억 원)어치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성명엔 결정의 근간이 된 일본 안보능력강화지원(OSA) 제도를 명기하지 않기로 한 것도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세안 일부 회원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지만, 중국은 이들 국가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기도 해 일본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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