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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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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3개월 11번째 수장교체…이런 국힘 뒤엔 '독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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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확정 지은 국민의힘은 조만간 비대위원장을 선임한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출범 후 당 지휘봉을 잡는 11번째 수장이다. 잦은 지휘부 교체를 두고 정치권에선 “간판만 세워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국민의힘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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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은 지난13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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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시작부터가 비대위였다.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그대로 승계돼 첫 얼굴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이 2021년 4·7 재·보궐 선거 승리 후 사임하고 그해 6월 전당대회까진 주호영·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연이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여기까진 선출된 정상 지도부는 아니어도 큰 혼란은 없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후부터 지도부를 둘러싼 혼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출범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 지도부 체계가 잡혔지만, 이 전 대표가 당 주류인 친윤계와 갈등을 빚다 취임 13개월만인 지난해 7월 직무 정지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친윤 핵심으로 불리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수습에 나섰지만, 이준석 사태 여파는 지속했다.

2022년 8월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는 출범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앞서 직무정지를 받은 이 전 대표가 주호영 비대위 출범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다. 이에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및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고, 그해 9월 정진석 비대위가 꾸려지고 나서야 혼란은 일단 잦아들었다. 이 두 달간에만 국민의힘 얼굴이 ‘이준석→권성동→주호영→권성동→정진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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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은 지난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망사건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관련 발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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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당선한 김기현 전 대표도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험지 출마 압박을 받다 지난 13일 물러났다. 현재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최고위원회의 등을 주재하고 있다. 3년 3개월 국민의힘 역사에 간판만 10개인 셈이다. 양당 정치의 한 축인 보수당의 수장 평균 수명이 고작 3.4개월이다. “국민의힘 수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까닭이다.

①십자가 강요=국민의힘의 대표가 수시로 교체된 건, 책임질 일이 생기면 당 대표에게 모두 떠넘겨버려 온 행태와 관련이 깊다. 이는 역대 모든 보수 정당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나라당까지 거슬러 26년간 존재한 당 대표 16명 중 임기를 온전히 수행한 이는 강재섭(한나라당)·황우여(새누리당) 전 대표 두 명밖에 없을 정도다.

국민의힘에선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압박을 받은 김기현 전 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대표가 쇄신 기구로 출범시킨 인요한 혁신위도 ‘수도권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압박하면서 또 궁지로 몰렸다. 이 과정에서 김병민 최고위원 등 다른 지도부까지 희생 요구에 가세했고, 결국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총선 승리에 이바지하겠다”며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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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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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든 내년 4·10 총선에서 부진하면,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비윤계인 하태경 의원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아껴 써야 한다”(17일 페이스북)며 추대론에 반대했다. 여권 관계자는 “일견 책임 정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분산하는 진보 진영과 달리 보수 진영은 정당으로서의 이념적 무장이 덜 돼 있다”고 했다.

②기울어진 당정관계=당정 관계가 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대표의 정치적 공간이 협조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취임한지 만 1년8개월 차인 윤석열 대통령이 여전히 여권 리더로서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선 여당 대표가 권한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대 보수 진영을 보면 대표 리더십이나 당내 의견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중대한 결정이 이뤄지는 점이 고질적인 한계일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이준석 전 대표가 주류인 친윤계 주도로 코너에 몰려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받은 점이 대표적이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선 친윤계 초선 의원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경원 전 의원을 압박해 불출마를 끌어낸 사례도 있다.

“이같은 권위주의적 관행을 깰 수 있느냐”는 점은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 관건으로 거론된다. 한 장관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 대표로 만들어 본들 그 선거가 되겠냐”고 페이스북에 썼다. 반면 김병민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낼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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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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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열한 번째 간판 교체를 앞둔 국민의힘에선 “기존에 답습해온 풍토를 확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장관 추대론을 미는 장예찬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기존의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관습대로 비대위원장이 세워지면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며 “파격적인 변화를 선택해야만 전화위복이 된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이 대통령 뜻을 거스를 수 있느냐가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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