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26일 캐나다 멍크턴에서 열린 제36회 크리스마스 마켓. ⓒ News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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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1년 동안 중요하게 여기는 3가지의 휴일이 있다. 10월31일의 핼러윈,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인 추수감사절, 그리고 12월25일의 크리스마스다.
기독교인의 비율이 50%가 넘는 캐나다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진심이다. 비단 종교 행사가 아닌 캐나다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축제의 날이다. 한 달 전부터 각자 자신들의 집을 경쟁하듯이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집 대문 앞에는 산타를 환영하는 장식들을 설치해 놓았다. 또한 각 가게마다 아기자기하고 특색있는 크리스마스 용품들로 가득 차 있다.
평소에 딱히 놀거리가 없는 캐나다 사람들은 오로지 이 하루를 위해 한 달씩 준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그날 열정적으로 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한다.
12월이 되자 다운타운에서 시청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행사가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용품 판매 마켓이 열리고 학교에서도 저녁에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개최된다. 그중에서도 여기 멍크턴 사람들이 1년 동안 가장 기대하는 행사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이다.
나 역시 캐나다에 와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이기에 이 모든 것을 최대한 많이 참여해 보고자 평소 귀차니즘을 떨쳐버리고 이불을 걷어차고 나섰다. 이 많은 행사를 다 다녀볼 수는 없기에 그래도 지난 11월 26일, 멍크턴 지역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봤다.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정말 볼거리가 풍성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봤던 크리스마스 소품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들의 소품들이 많았다. 나무들의 천국인 나라인 만큼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분위기이다. 생화 전나무를 잘라 즉석에서 크리스마스 니스를 만들어 주는 부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수많은 패브릭,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스노우볼들, 아기자기한 장식품들까지.
너무 예쁜 것들이 많은 나머지 자제를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주워 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뒤늦게야 정신을 차린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멀었지만 예쁜 소품들에 기분이 좋아지고 사람들은 벌써 흥분이 되어 들떠있다.
그리고 드디어 주말 밤(11월25일)에 멍크턴 사람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퍼레이드가 열렸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는 다운타운의 메인 도로를 지나가는데 이때는 메인 도로의 차량을 전면 통제한다. 평소에는 다운 타운에 개인적인 주차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주차에 대해서도 아주 관대하다. 비어있는 관공서나 골목 어디에 세워도 주차 딱지를 끊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캐나다 멍크턴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 News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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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몰아치는 밤이었지만 사람들은 온몸을 똘똘 감싸 추위로부터 중무장하고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퍼레이드에 환호하며 자리를 뜨지 않는다. 나는 처음 보는 행사였는데 한 10분 구경을 하니 상황이 파악됐다.
각 퍼레이드는 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에서 참여한다. 각자 자신의 단체 특성을 살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껏 날 수 있도록 퍼레이드를 장식한다. 그리고 퍼레이드 차 앞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우리가 가장 먼저 본 차에 52가 적혀 있고 그 뒤로 점점 숫자가 줄어들는 것을 보고 52개의 단체가 참여했다는 것을 눈치껏 알아차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기부금을 내고 참여한다. 캐나다는 기부 문화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화돼 있다. 그래서 본인들이 즐기며 기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이 퍼레이드가 그렇게 스펙터클하고 환상적이지는 않았다. 한국 대형 놀이공원에서 봤던 그 화려한 퍼레이드의 모습을 상상하고 당연히 그 이상일 거라는 기대를 품고 갔었다. 날씨는 너무 추웠고, 퍼레이드의 화려함은 우리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하지만 퍼레이드보다 구경하는 캐나다인들의 흥분된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고, 그 분위기에 왠지 우리도 편승해야 이 축제를 올바로 즐기는 자가 될 것 같아서 한껏 들뜬 기분을 업 시키려고 애써 노력했다.
캐나다인들은 그렇다. 순수 그 자체다. 우리가 다소 유치하게 느낀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으로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평소에도 이들은 뭔가 거창하지 않아도 흥분하고 즐거워한다. 세계 강대국이지만 오히려 크게 즐길 오락거리는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뭐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스스로 기쁨을 느낀다. 진정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자들의 모습이다.
왠지 12월 24일에는 캐나다인들의 집에 진짜 산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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