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규합해 대중 압박 강도 높일 듯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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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서필리핀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대(對)중국 대응 방식 변화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단단히 꼬인 분쟁 매듭을 풀기 위해 외교 수단을 총동원했음에도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다 강경한 ‘플랜 B’를 검토한다는 취지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간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도쿄를 방문 중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갈등 해소를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이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대화) 진전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아시아 이웃 국가에 진정한 도전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필리핀이 중국을 대하는 방식에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남중국해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 같은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군사기지 등을 건설하며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필리핀 선박을 향해서는 레이저를 겨냥(2월)하거나 물대포(8·11·12월)를 퍼붓는 등 충돌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필리핀군이 8월 공개한 사진.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중국 해안경비선이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필리핀 해경 대변인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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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필리핀 정부가 중국을 향해 △구두 항의 △황시롄 주필리핀 중국대사 초치 △공식 항의 문서(데마르슈·démarche) 전달 등 가능한 외교 수단을 모두 내놓으며 중단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는 게 마르코스 대통령의 주장이다. 결국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교 중심 대응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필리핀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폭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까진 가고 싶지 않다. 파트너들과 대화해 중국 책임을 명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물리적 보복을 가하는 등 '1 대 1'로 맞붙기보다는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과 주변국을 규합해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은 “남중국해 긴장은 필리핀 탓”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머스·필리핀명 아융인) 암초의 지위를 바꾸려 시도한 것은 필리핀이고, 분쟁 지역에서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외부 세력을 끌어오는 것도 필리핀”이라며 “이들이 오히려 공통의 이해를 위반하고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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