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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항암치료가 끝 아냐” 암환자 기력 되찾는 비법···전문가에게 물으니[건강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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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골수이식·항암치료 겪은 암환자, 쇠약해지기 쉬워

침상안정 기간 근손실 진행···신체기능 악화 이어지기도

전조건화 등 건강재활 프로그램, 암치료 후 빠른 회복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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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검사와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일생 동안 질병을 진단 받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떤 질환은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더라도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다. 이제 단순히 ‘몇 살까지 사는 지’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지가 중요해졌다. 의학계에서도 병의 치료 뿐 아니라 치료 후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질병의 치료에 집중하느라 전신 컨디션이 이미 쇠약해진 상태에서는 회복되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쇠약해진 기간도 길어 힘든 상태에서 퇴원하는 환자들을 보게 된다. 흔히 병원을 생각하면 아픈 상태로 들어갔다가 병이 씻은 듯이 나아 매우 기뻐하며 나오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질환의 치료가 힘들고 기간이 길수록 신체가 쇠약해진 채로 퇴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표적인 질환이 암이다. 암은 아직까지 삶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으로 여겨진다. 치료 방법이 발전하면서 지속적인 치료와 관찰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 과정에서 건강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다. 골수이식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암환자 3명 중 1명 꼴로 신체 기능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통상 골수이식을 받은 지 일주일 후부터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의료진과 환자들은 ‘항암 치료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잘 먹고 회복하는 날이 오겠지’하고 기대한다. 이런 생각과 달리 암치료 과정에서 한번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저절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영양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심신 쇠약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쇠약의 원인은 약물, 영양 부족, 침상안정으로 인한 활동량 감소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침상안정은 쇠약한 신체 기능이 다시 좋아지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에 따르면 안정을 취하기 위해 자리에 누워서 지내면 2주차부터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능력이 절반으로 감소하고 3주차부터는 근육의 3% 정도가 없어진다고 알려졌다. 근력 감소는 그보다 더 심하다. 침상안정을 취하는 동안 근력이 매일 1.5~5.5%씩 감소해 1주일만 지나도 20%의 근력을 잃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 일주일동안 가장 심하게 진행된다고 알려졌다. 나아가 침상안정으로 인한 신체 쇠약은 관절을 굳게 하고 신경계, 심혈관계, 호흡기계 등 신체 기능의 전반적인 악화까지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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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기능이 한 번 쇠약해지면 더 눕고 싶어지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체 쇠약을 더욱 극복하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항암 치료 과정에서 침상 안정은 필수적이다. 치료 중에는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면서 감염되기 쉬울 뿐 아니라 피를 응고시키는 혈소판 조직이 감소해 상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에 충격을 줄 만한 상황이나 과도한 행동은 피해야 한다. 독한 항암제를 쓰면서 구토, 설사, 식욕감소 등에 의한 영양 부족이 겹치면 환자의 의지만으로 쇠약을 해결할 수 없다. 이 시기에는 신체 쇠약을 방지하기 위해 활동 및 영양 유지, 약물 조절 등에 관해 의료진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는 ‘건강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항암치료나 골수이식을 받는 암환자의 신체 기능을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필요 시 재활 치료를 처방한다. 최근에는 암치료 후 야기될 신체 쇠약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하고 있다. 폐 수술을 받기 전부터 수술 후 폐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운동과 신체 운동을 미리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이식 후 신체 기능이 정상 대비 70%까지 저하된다고 알려진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를 위해 침상에서 미리 근력 운동과 균형 운동을 처방하기도 한다. 암통합케어 의료진들은 암환자들에게 동반되는 증상과 통증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치료 후에도 환자들이 불편감 없이 생활하고 사회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강암 환자에게 동반되는 구내염과 식사량 저하, 근감소증과 같은 증상을 모니터링하거나 갑상선암 수술로 목 등의 관절이 뻣뻣해진 환자의 운동 치료를 돕기도 한다. 암종별로 동반되는 전형적인 증상은 재활 치료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운동 치료는 환자 혼자서 실시할 경우 통증 등으로 인해 정확한 동작을 취하기 어려우므로 병원에 방문해 치료 받기를 권한다.

숫자로서의 나이뿐 아니라 ‘건강 나이’에 관심을 갖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공하는 것은 의학계가 마땅히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치료 후 회복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의 정보를 찾고 그 수혜를 받는 것은 환자의 의무이자 권리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덜 힘들게 암 치료를 받고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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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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