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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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이후 출생한 보험사 오너 3세들이 경영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팀장에 이어,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씨도 최근 신설된 조직의 책임자로 보험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세 사람은 각자 뚜렷한 강점을 내세워 차별화된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의 경우 한화생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신중하 팀장은 사내 디지털 전환 작업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늦게 합류한 정경선씨는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지속 가능 경영을 자신의 보험업계 첫 번째 전문 분야로 선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한화 김동원 ‘글로벌’·교보 신중하 ‘디지털’·현대 정경선 ‘ESG’
현대해상은 지난 15일 정경선씨를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전무로 선임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일부 기업에서도 CSO를 임명하는 곳이 나오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 이 보직을 만드는 것은 현대해상이 처음이다.
1986년생인 정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정 전무가 현대해상에서의 첫 번째 경력을 CSO로 시작한 것은 그의 경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계의 오너 2, 3세들은 바로 경영에 합류하거나 금융, 컨설팅 업체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입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 전무는 현대 계열사가 출연한 공익 재단인 아산나눔재단에서 잠시 일한 후 2012년 루트임팩트를 설립해 창업가로 나섰다. 루트임팩트는 ESG 경영과 지속가능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 전무는 CSO로서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선 전무는 현대해상에 합류하기 전 루트임팩트, HGI 등을 이끌며 사회 공헌과 ESG 경영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록펠러 형제 기금'의 발레리 록펠러 웨인(오른쪽) 회장과 기념촬영하는 정경선 전무. /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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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사장은 지난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팀장으로 입사해 1980년대생 보험사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업계에 발을 들였다.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등을 거쳐 현재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서 한화생명의 해외 시장 개척을 지휘하고 있다. 조기 유학을 떠나 미국 세인트폴 고교와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거치면서 쌓은 경험을 살리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전략 부문 책임자로 일하던 2019년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신중하 팀장은 주로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크레디트스위스 서울 지점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5년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교보정보통신에서 디지털 혁신(DX) 신사업 팀장, 디플래닉스 디지털 전략 총괄 등을 거친 후 지난 4월부터 교보생명 그룹 데이터 전략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의 동생인 신중현 팀장도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혁신팀장으로 일하며, 형과 비슷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 정경선·신중하, 승계 지분 미미…김동원은 실적 증명이 숙제
다만, 세 사람은 향후 승계 과정에서 각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김 사장은 아직 본업인 보험업에서 뚜렷한 자신만의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정 전무와 신 팀장 역시 보험 영업이나 재무 관리 등에서 경험을 쌓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아직 승계에 필요한 지분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한화생명의 총괄 경영은 여승주 부회장이 맡고, 김 사장은 글로벌 사업을 담당한다. 한화생명은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하고 GA사를 인수해 덩치를 불렸고, 올해는 선두인 삼성생명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김 사장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 일하던 시절 통합 영업지원 플랫폼인 ‘오렌지트리’를 개발해 이 같은 성과를 내는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김 사장이 설립 작업을 주도한 캐롯손해보험은 출범 후 4년간 단 한 번도 연간 실적에서 흑자를 내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 법인을 포함한 한화생명의 해외 자회사 운영과 신사업 발굴 등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캐롯손보도 계약건수 150만건을 돌파했고 6% 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베트남 법인의 누적결손을 해소하고 인도네시아의 리포손해보험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서 국내 보험사 중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팀장은 아직 교보생명의 보유 지분이 없다. 교보생명이 지난해부터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신창재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인 후 단계적으로 두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해 기업을 승계하겠다는 목적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교보생명은 아직 손해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예상보다 지주사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 전무 역시 현대해상의 보유 지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전체 주식의 22%를 보유한 정몽윤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비율은 0.45%에 불과하다. 보험 업계에서는 정 전무가 향후 영업과 재무, 기획 등 여러 분야를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는 것과 별도로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데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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