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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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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전략 리셋" 카카오, 유럽 1위 택시 플랫폼 인수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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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투심위서 '프리나우' 인수 원안 부결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유럽 1위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모빌리티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인수 원안을 부결시키면서 관련 작업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초기화)하겠다고 선언한 뒤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건 첫 사례다.

27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리나우와 인수 관련 세부 사안을 조율 중이다. 양측은 당초 연내 인수 협상을 마무리할 목표였지만 계획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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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나우는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11개국 17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유럽 전역에서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 말 프리나우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예비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던 인수 작업이 난항에 빠진 것은 카카오 투심위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카카오모빌리티가 M&A를 진행하려면 투심위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투심위는 프리나우 인수 안건을 검토한 결과 사업 전체를 인수하는 원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특정 국가나 도시만을 대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세부 운영 사항에 대해 매도인과 의견을 조정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결렬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수가 불발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인수 범위가 줄어들면 인수가가 낮아지고 매도인과 재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나우의 주요 주주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그룹이다. 자금난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했기 때문에 인수 작업이 급하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심위 의견을 바탕으로 프리나우에 다시 제안서를 넣었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M&A를 통한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시장 독과점 논란 등으로 국내 택시 호출 사업에 제동이 걸리자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영국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를 인수하며 해외 진출 시동을 걸었다. 스플리트는 우버, 그랩, 카림, 캐비파이, 트립닷컴, 부킹홀딩스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과 연계해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이후 프리나우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카카오 안팎의 상황이 급변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그룹 전체로 번지면서 각종 M&A나 투자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버리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간 계열사의 주요 의사 결정은 각 사 자율 경영에 맡겼지만 이를 버리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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