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이차전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11조3324억원)다. 그 뒤를 LG화학·포스코퓨처엠·SK이노베이션·에코프로비엠·삼성SDI·엘앤에프·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생활건강우 등이 따랐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이차전지 관련주란 의미다.
각국의 금리 인하 피벗(pivot·정책 전환)이 본격화할 2024년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어딜 향할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갑진년 유망 업종 최상단에 반도체를 올렸다. 금리 안정세와 함께 억눌렸던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ADC) 등 신약 개발 호재가 터진 제약·바이오 영역도 내년에 주목해야 할 투자 업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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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소재 국산화할 반도체 소부장 업체 주목”
조선비즈가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에 2024년 유망 투자처를 묻자 모두 1순위로 ‘반도체’를 꼽았다. 침체기를 맞았던 반도체 시장이 내년부터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반도체 업계에선 내년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D램·낸드) 규모가 올해보다 66% 증가한 1310억달러(약 170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거래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메모리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수요처 인식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은 1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HBM 가격(P)과 출하량(Q)의 동반 업사이클을 예상한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능이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자동차 등의 영역에도 탑재되면서 고성능 AI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더불어 AI 칩과 관련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디자인하우스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경아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생성형 AI를 갤럭시 S24에 탑재했고, 애플도 AI 기능을 아이폰16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AI 스마트폰이 침체된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2027년까지 연평균 AI 스마트폰 출하 성장률(83%)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3.3%)을 25배 상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더불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을 추천한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1745억원으로, 1개월 전(4조8983억원) 대비 5.64% 상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222억원으로 한 달 전(3015억원)보다 40.0% 올랐다.
소부장의 경우 반도체 업황 개선에 더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와 AI, HBM 등 신기술 성장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고 가파른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소부장 종목의 반등 폭이 더 클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익 회복력이 큰 기업과 앞으로 사용량이 늘어날 소재(High-K·CMP 소재 등)를 국산화할 수 있는 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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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C가 여는 암 정복 미래…제약·바이오 기대감도 커
이번 조사에서 반도체와 함께 증권 전문가들 입에서 2024년 유망 업종으로 가장 자주 언급된 섹터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다. 제약·바이오는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한창일 때 가장 크게 억눌린 성장주 섹터 중 하나다. 금리 방향성이 내년부터 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바닥을 다진 제약·바이오 투자 심리를 달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 이후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바이오텍 주가를 눌렀던 금리의 하락세가 본격화한 가운데 다수 지표가 리스크 온(Risk-on·위험자산 선호) 영역으로 반전했다”며 “성장주 내에서도 주가 퍼포먼스가 가장 부진했던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바텀 피싱(Bottom fishing·최저가 매수)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 여건 개선과 더불어 신약 개발 호재도 제약·바이오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이슈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ADC’ 개발 열기가 대표적이다. ADC는 암세포를 탐색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에 보내 필요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다른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아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한국 시간으로 12월 26일 존슨앤존슨 자회사인 얀센과 LCB84 개발·상용화에 관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LCB84는 레고켐바이오의 첫 단독 임상개발 ADC 약물이다.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개발 권리와 상업화 권리 이전에 따른 선급금 1억달러, 단독 개발 권리행사금 2억달러, 단계별 추가 마일스톤 등 최대 17억달러(약 2조2400억원)를 수령할 예정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대세 상승을 위해서는 신약 시장의 전망치가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 데이터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ADC 바이오텍들의 임상 노력 성과가 보이는 구간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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