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가 2023년 12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르네상스자산운용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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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국내 증시는 용처럼 ‘N’자형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에 상승하다가 중반쯤 조정을 받고, 결국 다시 회복 양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르네상스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새해 국내 증시 흐름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1977년생인 이건규 대표는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자산운용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15년 넘게 근무하며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역임했다. 2019년 정규봉 공동 대표이사와 함께 르네상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올해 중반쯤 증시가 조정받을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와 금리 인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는 기대감의 문제일 뿐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는 등 큰 틀에서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증시는 다시 회복 양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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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과거만큼 가파르게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데, 과거 경험을 통해 그 끝에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물가 급등세가 정부 통제를 벗어나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첫 번째 금리 인하 시기를 3월로 본다면, (나는) 그보다 보수적으로 6월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같은 이유로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를 2450~2750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기저효과로 올해 기업 이익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며 “다만 높아진 금리와 소비 여력의 감소로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올 수 있고,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지수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개별주(株)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소비 여력이 낮아지면서 고가 소비는 줄고 저가형 소비는 늘고 있다”며 “이런 경향에 맞는 종목을 고를 수 있다면 지수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12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벨트호벤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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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올해 긍정적으로 보는 업종은 ‘반도체’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이다. 그는 특히 올해 시장은 반도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종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재고 수준과 중국의 휴대전화 판매량 감소였는데, 모두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도 여전히 좋다
이 대표는 “챗GPT 활성화를 계기로 후발주자들이 AI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서버 투자도 재차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기존 레거시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장품 ODM 업종은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추천 사유로 꼽았다.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SNS) 확산에 따른 인디 브랜드의 성공, 저가 화장품 판매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움직임”이라며 “특히 미국과 일본을 향하는 수출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고, 올리브영 등 전문 오프라인 판매점의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실적 개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연구원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연구소에서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위쪽). 한세실업 직원들이 마네킹에 새로 개발한 의류를 입히고 있다. /각 사 제공 |
반대로 이 대표는 자동차·백화점·면세점 등 고가 소비재 관련 업종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대기 수요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경쟁 심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기차에 대한 뚜렷한 경쟁력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백화점·면세점은 급격하게 위축되진 않겠지만, 기대보다 못한 실적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작년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공모주 투자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표는 “최근 상장 당일 주가가 150~200%씩 치솟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개인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작년 파두 사태를 계기로 상장 조건이 까다로워질 순 있지만, 상장 주식의 주가 흐름은 올해도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개인 투자자에게 두 가지를 조언했다. 우선 시장 진입 타이밍이다. 그는 “평소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데, 주가나 지수 흐름과 무관하게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떨어지는 시점을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주가가 언제 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기 투자가 무조건 좋다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장기 투자가 올바른 투자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핵심은 장기 보유 자체가 아니라 ‘매력적인 주식’을 선별해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아니어도 이익이 개선되면 주가가 오를 수 있고, 반대로 경쟁력이 좋은 회사라도 업황이 꺾이거나 고점에 주식을 매수하면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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