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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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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99억 vs 日 9조…"일자리 '쑥', 활기 생겨" 지방소멸 막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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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일본 도쿄에서 하루 1편 있는 나카시베츠행 비행기로 2시간을 날아간 뒤 하루 왕복 4편있는 버스를 타고 2시간을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네무로시. 일본 본토 최동단이자 인구 2만3148명(2023년 9월30일 기준)의 이 작은 도시는 일본 1700여 지방자치단체 중 고향납세 실적 3위(2022년 기준)를 기록했다.

고향납세 시행 후 이 도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시오하라 야스유키 네무로시 종합정책부 지역창생주사는 "고향납세로 재정이 풍부해지면서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또 네무로시가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은 도시가 됐다는 시민 의식이 커지면서 고향납세 활성화를 위해 자신들이 '더 뭔가를 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무로시에는 고향납세에 따른 답례품을 제공하는 업체만 94개에 달한다. 이중 80% 가량이 지역 특산물인 수산 관련 사업자다. 이들 회사에 납품하는 어업인들과 관리직원 등을 고려하면 지역민 대다수가 고향납세 관련 일자리에 근무 중이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이처럼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고향납세를 모태로 한 고향사랑기부제를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 주소지를 제외한 고향이나 기부자가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기부액의 30% 상당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지방세 비중이 24.7%(2021년 기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해 자신의 거주지에 내야 할 주민세를 원하는 지자체에 내도록 한 일본의 고향납세와는 다른 구조로 설계됐다. 말 그대로 기부 형태를 띠되, 정부가 일부 재정을 투입해 기부금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혜택을 줘 지방 재정 확충을 도와주는 구조다.

시행 15년의 경험을 가진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아직 걸음마단계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고향사랑기부제로 모금된 기부금은 198억7000만원이었다. 2022년 연간 기준 9654억엔(약 8조7000억원)의 모금액을 모은 일본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열악해지고 있는 지방 재정과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선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가 필요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세금혜택과 답례품이란 제도적 특징을 기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활발하게 이용될 것"이라며 "지역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연중기획으로 고향사랑기부제 캠페인을 전개한다. 지방 소멸 시대에 지역 살리기를 위한 작은 노력의 시작이다. 기부금 활용을 통한 지역 발전, 답례품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 부흥 등을 기대하면서다.

또 고향사랑기부액 실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매력있는 답례품 개발 노력, 기부금의 효과적 사용 등 객관적으로 지자체를 평가할 수 있는 계량화된 지표도 만들어 선의의 경쟁도 유도할 계획이다.

야쿠츠 유타 일본 총무성 자치세무국 시정촌세과 기부금세제계장(주민세제2계장)은 "일본도 2008년부터 고향납세 제도를 시행했지만 초기부터 실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며 "추후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과 답례품 활성화 등으로 고향납세 실적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납세를 통해 기부금이 모인 소규모 지자체 재정이 건강해지면서 지금까지 못했던 지역 프로젝트가 가능해지고 특색 있는 답례품을 통해 지자체 인지도가 전국적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또 답례품을 만드는 기업의 매출도 올라가면서 지역에 전에 없던 활기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네무로(일본)=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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