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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유튜브 타고 퍼지는 가짜뉴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어떻게 확산됐나 [팩트가 증오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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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짜뉴스와 정치의 공생
진실 외면한 '개소리' 확산 패턴 봤더니
검증 안 된 정보, '정치인 입' 통해 증폭
기성 언론도 검증보다 중계 역할 급급

편집자주

총선의 해인 2024년 정치 진영간 적개심을 자극하는 허위정보나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는 정치권이 대중 동원을 위해 손쉽게 활용하는 선동 수단이지만 지지자들간 증오와 혐오감을 증폭시켜 정치 자체를 질식시킬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일보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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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을 위해 진실 여부에 신경 쓰지 않는 '개소리'는 통상 불특정 다수에 의해 온라인 공간에 뿌려진 지라시에서 싹튼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정치인이 이를 포착해 유포하면 온라인 공간에서 '파워 유저'들이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증폭시킨다. 이어 SNS 알고리즘을 통해 '확증 편향'에 동조하는 대중에게 급속히 번진다.

정치인 발언과 SNS의 상호작용으로 심화되는 가짜뉴스


대표적 사례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10월 2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법무부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 장관에게 “7월 19일 밤에 술자리에 간 기억이 있느냐”며 “제보에 따르면 그 자리에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합류했다.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을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에서 보도할 예정"이라며 압박했고, 같은 날 저녁 해당 매체를 통해 유튜브 등 SNS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합당한 의혹 제기라면 공론화에 앞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더구나 기성 언론인 출신이 만든 매체와 언론인 출신 김 의원이 관여한 사안이다. 하지만 과정을 생략하고 오로지 이슈를 제기해 관심을 끄는 데만 치중했다.
한국일보

정치권의 대표적인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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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한 달 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같은 해 11월 23일 '청담동 술자리' 의혹 최초 제보자가 경찰에서 ‘거짓’이라고 증언하면서다. 김 의원은 “의혹을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한 사람으로 관련된 분들에게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어물쩍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사이 서로 막말을 주고받으며 진영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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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 더탐사'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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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강원 고성 산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술자리 의혹도 비슷한 양상으로 확산됐다. 페이스북 ‘의사양반’이라는 페이지에 산불 발생 다음 날인 4월 5일 ‘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이튿날 신문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튜버 진성호씨가 자신의 방송에서 해당 내용을 다뤘다. 나흘 후인 4월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당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VIP(문 대통령)가 왜 처음부터 회의에 참석 안 했느냐. 술 취해 계셨어요”라고 질의하면서 의혹은 더 증폭됐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산불 발생 당일 참석한 행사장을 오후 6시 37분 떠났고, 이후 관저로 곧장 복귀했다. SNU 팩트체크센터에서도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 기사다.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었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문 대통령이 강원 산불화재가 있었던 4일 저녁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등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시중에 떠돌았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면책특권에 기대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보수진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진성호 방송'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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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언론이 팩트체크 등 기능 강화해야


'불특정인의 허위 사실 유포→ 정치인의 증폭→ 유튜브 등 SNS를 통한 대중 확산'이라는 도식에 맞춰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기성 언론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조회 수 경쟁에 치중하다 보니 진실을 파헤치기에 앞서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중계자' 역할에 주력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당시 한 장관이 “저는 장관직 포함 뭐든 다 걸겠습니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습니까”라고 김 의원에게 응수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이에 대중은 의혹의 실체와 김 의원 발언의 문제보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설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고성 산불' 의혹 때도 조 의원의 자극적인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더구나 최근에는 방송과 신문을 포함한 거의 모든 매체에서 유튜브를 통한 영상 유통에 주력하고 있어 이 같은 경향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주현 국민대 교수는 1일 "주류 언론은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대신 이를 정치적 사건으로 다루면서 의혹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며 "의혹 전달보다는 허위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등 언론 본연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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