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 탐방 도중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과거 주요 정치인을 대상으로 했던 테러 사건들이 조명받고 있다. 4월 총선이 임박하면서 당 지도부 현장 방문 등 정치인들의 활동 강도가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치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신변보호 조처 강화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7분께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한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해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이와 가장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커터 칼 피습 사건이 꼽힌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 단상에 오르다가 50대 남성 지모씨가 휘두른 커터 칼에 오른쪽 뺨에 11㎝ 길이 자상을 입었다.
봉합 수술을 받고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선거 동향을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 이후 대전 선거 지원에 나선 행보가 한나라당에 열세였던 선거 판세를 뒤집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9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7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당시 현직 대표) 둔기 피습 사건도 신촌에서 발생했다. 송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던 이 전 대표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60대 남성이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다쳤다. 송 전 대표도 박 전 대통령처럼 응급 수술 직후 유세에 나서는 부상 투혼을 펼쳤다.
이 밖에도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계란에 맞는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테러 잔혹사'는 여러 번 있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드루킹 사건’ 특검 요구 단식 농성 중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했다. 민주화 이전 군사 정권 시절에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적 제거 목적 테러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 대표가 습격당하는 순간 경찰 등이 주변에서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정치권 주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신변보호 조처 강화론이 제기된다.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각 당 지도부의 현장 유세 일정이 많아지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경쟁자에 대한 비방전 등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 등 관련 당국의 신변보호 강화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경찰은 당대표 등 정치인 대상 경호팀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정치인 유세 및 현장 방문 등에 의해 우발 상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할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신변 위협 등에 따라 정당 측이 적극적인 보호를 요청하면 보다 높은 수준의 경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경찰도 따로 보호팀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경각심과 실제 경호 수준 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야 각 정당도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와는 별개로, 당 지도부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자체 경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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