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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재명 피습 두고 가짜뉴스 난무, 정치권이 제 역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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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계 강화된 서울대병원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 습격을 받고 치료 중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4.1.3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살인 미수 범죄로 드러났는데도 근거 없는 억측과 낭설이 무차별 유포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 대표가 범인과 꾸민 자작극이라는 얘기부터 이 사건이 윤석열 대통령 탓에 벌어졌다는 주장까지 온갖 음모론이 판을 친다. 아무리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지만, 그것이 인명경시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는 법이다.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일 뿐이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 대표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지던 시간에 이 대표가 칼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에 맞은 것이라는 주장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범행에 사용된 칼이 종이 또는 나무젓가락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현장 분석 사진'도 동시에 유포됐다. 어떤 보수 인터넷 매체는 이 대표가 칼에 찔려 손상을 입은 경정맥에 대해 "출혈이 없으면 문제가 없는 혈관"이라고 하고 이 대표가 목 부위를 압박하는 것은 "출혈이 없다는 증거"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자작극' 주장이 온라인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3일 경찰이 "칼을 범행에 사용했다"며 '나무젓가락' 보도를 오보라고 밝히는 웃지 못할 소동도 벌어졌다.

이 대표 피습 관련 기사에 달리는 조롱성 댓글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맞을 짓 했다", "오버한다"라는 글은 부지기수이고 60대 남성 피의자를 '영웅'으로 칭송하는 글도 많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비상식적인 반응도 이에 못지않다. 당원 커뮤니티에선 윤 대통령 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낙연 전 대표와 비주류 인사들을 비난, 저주하는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막말에는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이경 전 상근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이 대표 피습이 '쇼'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를 제지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야는 이 대표 피습을 테러로 규정하고 양극단의 혐오 정치를 지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도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며 "하나 된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국민을 한 데로 묶는 시의적절한 반응이지만, 메시지와 실천은 별개의 문제다. 제2, 제3의 정치테러 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말을 자제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기술 발달로 뉴스와 세상을 잇는 미디어 시스템의 무게 중심이 유튜브와 SNS로 옮겨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가짜뉴스 생성 및 확산 구조를 타파하는 데 정치권이 힘을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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