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가짜뉴스·음모론 키우는 극단 유튜버들 [이재명 피습 후폭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싸고

자작극 등 근거없는 의혹 주장

총선 앞두고 더 기승 우려 고조

전문가 “플랫폼의 책임 강화

혐오·팬덤 의존 정치 바꿔야”

“실제 나무젓가락 폭이 정확히 1㎝다. 힘있는 성인 남성이 힘껏 나무젓가락으로 찌르면 상처가 날 것 같다.”

“내가 이재명이라면 온 세상이 한동훈 얘기뿐이니 이슈를 주도하기 위해 극약처방으로 칼 찌를 계획을 했을 수 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 피습 후 입원 중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3일 유튜버들이 몰려 현장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각각 구독자가 140만여명, 80만여명인 정치 유튜브에서 언급된 의혹들이다. 모두 2일 부산에서 발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범행 도구가 나무젓가락이라거나 이 대표가 자작극을 꾸몄다는 식으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나무젓가락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는 영상 제목에 ‘범행도구 나무젓가락 의혹 확산’이라고 썼다. 이 대표 피습 사건 범행 도구는 ‘18㎝ 길이 흉기’라고 경찰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실제 3일 오전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검색어에는 ‘나무젓가락’이 등장했다. 관련 게시물만 해도 수천 건에 달했다. 자작극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진행자는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가리키며 “누군가 잽싸게 하얀 거즈인지, 수건으로 (이 대표 목 부위 상처를) 막던데 그게 어떻게 급하게 준비됐을까. 대단하다”라고도 했다. 현장에 있던 당 관계자의 응급조치조차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은 것이다.

정치테러에 가짜뉴스·음모론이 기생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혐오정치’와 ‘팬덤정치’가 결합한 한국정치 문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혐오·팬덤정치를 숙주로 한 가짜뉴스·음모론이 판을 치는 형국이다.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가짜뉴스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 책임 강화·정치문화 개선 등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일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야는 이날 한목소리로 이 대표 사건 관련 가짜뉴스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짜뉴스 대책기구를 꾸리기로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 의원총회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일부 유튜브 방송 중심으로 또는 일부 종편 등에서 (이 대표 피습이)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 있었다”며 “사실상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고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도 이날 이 대표 피습 관련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 “자작극이란 얘기가 도는데, 그런 식으로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해석이 사회에 퍼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피의자 김모(67)씨 당적 관련 ‘지라시’를 놓고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김씨 당적을 확인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SNS 등에선 김씨가 과거 보수정당에 적을 뒀다가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지라시’가 확산해 논란이 커지면서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사실인 양 정치적으로 왜곡해 국민의힘 문제로 몰아가려는 것은 지양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피의자의 민주당 당적 여부와 범행의 동기, 범행 준비 과정이 경찰 수사 결과로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같은 정치 테러뿐 아니라 가짜뉴스 생산의 배경에도 정치 양극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해 “극우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 피습을 너무 정략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까 자기네 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가짜뉴스 생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아무리 경찰이 팩트를 얘기한다고 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송경재 상지대 교수(사회적경제학)는 나무젓가락 가짜뉴스에 대해 “핵심에서 벗어나 물타기하는 나쁜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며 “피의자 자백까지 나온 상태에서 이런 의혹이 일부 언론에 의해 그대로 받아쓰기되는 것은 잘못이다. 플랫폼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가짜뉴스의) 근본적 원인은 정치를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 중심으로 바라보는 정치 인격화 때문”이라며 “결국 특정 정치인을 증오하고, 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돼 정치가 감성화하는 것이다. 이런 감성화 때문에 정치 테러가 발생하고, 다시금 정치 테러 이후의 논쟁에서도 가짜뉴스나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식으로 감성화한 정치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환·구윤모·김나현·정지혜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