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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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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증시전망] 목대균 KCGI운용 CIO “자사주만 소각해도 코스피 최소 4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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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기조와 공매도 금지 조치, 테마주 열풍, 금융투자회사의 도덕적 해이 등 크고 작은 이슈가 검은 토끼의 해(계묘년·癸卯年) 증시 분위기를 1년 내내 어수선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2023년 주식시장은 괜찮았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코스피지수는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분 좋은 흐름이 푸른 용의 해(갑진년·甲辰年)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조선비즈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CIO)가 2023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KCGI자산운용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KCGI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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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사주만 소각해도 코스피지수가 최소 40% 넘게 상승할 겁니다. 그러면 국민연금 수익률이 개선되고, 기금 고갈 시점도 그만큼 늦출 수 있겠죠. 보험료 인상보다 쉬운 길입니다.”


2023년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KCGI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CIO)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 CIO는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70%)에도 한참 못 미치는 30%에 불과하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목소리를 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털어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행동주의 1세대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작년 7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KCGI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강 대표는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1기 동기이기도 한 목 CIO에게 KCGI자산운용의 투자 전반을 맡겼다. 목 CIO는 2000년대 글로벌 펀드 투자 시장을 주도했던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G2이노베이터’ 등 대표 펀드를 운용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목 CIO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실제로 가파르게 인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세계화의 후퇴,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이 산적한 데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시나리오도 떠오르고 있어서다. 또 그는 반도체·인공지능(AI) 중심의 랠리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제약·바이오의 저평가 매력에도 주목했다.

다음은 목 CIO와 일문일답.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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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이야기부터 해보자. 어느 분야에 관심을 두고 한 해를 보냈나.

“2023년은 거시 측면에서 산업 생산이 반등하고 수출도 회복하는 구간이었다. 금리도 고점을 찍고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런 환경 덕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주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미반도체 등 장비주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린 주식형 펀드가 잘 돼야 하는 회사다. 이들 종목 동향 파악에 집중했다.

AI 성장세도 주목할 만했다. 글로벌 AI 시장은 매년 36%씩 성장하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 등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이 뉴욕 증시 강세를 이끈 것도 AI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조만간 공개되는 삼성 ‘갤럭시 S24′에도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연산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된다. 매력적인 투자 분야다.”

- 거시 환경을 언급했는데, 시장은 미 연준이 2024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금리 인하 3회 이야기가 나온다. 주식시장에는 희소식이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실제로도 빠르게 내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많은 이가 2024년에 인플레이션이 확 떨어진다고 가정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 2023년에 자국 우선주의가 부상하면서 세계화가 후퇴하고 공급망은 재편되기 시작했다. 모두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확률이 꽤 높은 상황이다. ‘미국 먼저‘를 외치는 트럼프는 재집권 시 관세 비용을 올린다고 한다. 또 트럼프가 외국인 노동자를 받지 않으면 타이트한 미국 고용 시장 분위기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기대처럼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 이런 여건에서 2024년 증시는 어떻게 보는지.

“2024년은 ‘선거의 해’다. 40개 국가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실시된다. 유권자만 40억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41%,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42%에 달하는 규모다. 각국 선거 결과는 한국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클 것이다.

변수를 차치하고 업종만 보면, 반도체·AI 중심의 랠리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를 꼽으라면 반도체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제약·바이오는 고금리를 거치면서 저평가된 업종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생각이다.”

- 지금까지 대화만 보면 행동주의로 유명한 회사 분위기가 안 느껴진다.

“KCGI자산운용 입장에선 행동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여긴 수익을 내야 하는 운용사다. 너무 한쪽(행동주의)에만 포커싱하면 우리가 운용 중인 다른 상품의 장점이 잘 안 보일 수 있다. 행동주의에 대해 사명감을 느끼지만, 그게 KCGI자산운용의 전부로 비치는 건 조심스럽다. 물론 최근 한국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건 사실이다. 이 영역에서 KCGI의 역할과 가치관은 명확하다.”

- 사명 변경 후 처음 출시한 공모펀드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ESG동반성장펀드’다.

“2023년 7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회사 이름을 바꿨고, ESG동반성장펀드는 9월에 출시했다. 현금 흐름이 존재하고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 가운데 디스카운트 요인이 있는 회사를 찾아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이 펀드의 핵심이다.

잠재력 있는 회사를 사서 오를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게 아니다. 비영업적 자산을 팔거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보라는 식으로 주주 활동을 적극 펼쳐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 출시 기간이 짧아 폭발적인 성과(설정 이후 수익률 1월 5일 기준 3.71%)를 낸 건 아니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2024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유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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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 지배구조에 있다고 판단하나.

“우리나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예전에는 대만과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만이 2배, 우리는 0.8배 정도다. 인구 구조도 비슷하고 산업 구조도 비슷한 데, 왜 한국 PBR은 대만에 한참 못 미치는 걸까. 심지어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전쟁 위협까지 당하는 나라이지 않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배구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30% 이하다. OECD 국가 평균은 70%다. 대주주 증여·상속 등의 이슈가 걸린 오너 기업은 주가 부양 노력을 소홀히 한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2020년 실시한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2개국 중 9위에 그쳤다. 오죽하면 글로벌 헤지펀드까지 공개적으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지적했겠는가.”

- 자세히 설명해달라.

“최근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 대상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를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선 보통주 대비 우선주 괴리율이 50%에 달하고, 지주회사 주식은 계열사 주식과 비교해 할인율이 65%나 된다.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 또 한국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보다 절반 정도 낮다. 미국의 괴리율이 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괴리율은 심각한 편이다.

보고서는 한국 재벌이 상속세를 적게 내려고 주가는 낮게, 배당은 적게 하면서 계열사 자산이나 일감을 자신들이 지배하는 회사에 넘긴다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은 자사 주식 매입과 소각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선 기업이 자사주를 사서 계속 쥐고 있는 일이 잦다. 주가 부양 측면에서 좋을 수 없다.”

- 기업의 자사주 보유가 주가를 심각하게 억누른다고 봐야 할까.

“KCGI 분석에 따르면 한국 자본시장에선 기업 자사주만 소각해도 코스피지수가 최소 40% 넘게 상승할 수 있다. 국민연금 운용 자산 중 14.9%가 국내 주식이지 않나. 자사주 소각으로 코스피지수가 치솟으면 국민연금 수익률이 개선되고, 기금 고갈 시점도 그만큼 늦출 수 있다. 국민 노후를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이지 않겠는가. 우리가 적극적인 가치투자를 표명하며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조선비즈

목대균 KCGI자산운용 CIO가 2023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KCGI자산운용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KCGI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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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한데.

“그렇다. 한국에서 행동주의 역사는 짧다. 이제 시작 단계다. 국내에선 행동주의 펀드라고 하면 ‘기업 사냥꾼’ 수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만 있다면 단기적인 출렁임은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S&P500 주주의 약 20%가 행동주의 펀드다. 오랜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기업에 꾸준히 문제 제기해온 시간이 쌓인 결과다.

어쨌든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도 결국은 수익을 내야 하는 운용사다. 펀드 운용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기에 글로벌 성장주 투자에도 부지런히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다. 국내에선 적극적인 가치투자, 외국에선 적극적인 성장투자.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매력적인 연금 상품을 선보일 생각이다.”

- 전문 투자가로서 늘 지키는 투자 원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하나만 꼽자면 장기적·구조적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인구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나 기후 환경 변화 말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에 따라 돈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 끝으로 새해 주식시장에 입문할 개인 투자자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20년 동안 투자를 업으로 삼고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에게 대충 듣는 그런 공부 말고 ‘자기 공부’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유튜브에 좋은 정보가 많지만 그만큼 가짜 정보도 넘쳐 흐른다.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능력만 키워도 충분하다고 본다. 리서치를 많이 하고, 의사결정을 잘하고, 실행해야 한다. 유튜브만 보고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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