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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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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난방비 걱정 없어"…36억 아낀 비결은 '쓰레기'[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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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쓰레기 500톤 모이는 노원 자원회수시설…6000가구 혜택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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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 자원회수시설 안에 있는 쓰레기 집적 장소. /사진=민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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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 자원회수시설에 들어서자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건물 3층 높이에 달하는 이곳엔 다양한 색상의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다. 이 공간을 둘러싼 회색 시멘트벽에는 3m 단위로 눈금이 표시돼 있었다. 눈금을 세어 보니 이날 쓰레기 집적소에 모인 쓰레기는 20m에 달했다.

쓰레기 집적소에서는 크레인이 쓰레기를 한 움큼 집어 소각장에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인형뽑기 기계로 장난감을 집어 올리는 것과 같은 풍경이었다. 집적소에 오기 전 쓰레기들은 먼저 '쓰레기 반입 검사대'로 보내진다. 차량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쓰레기를 쏟으면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해 소각할 수 있는 쓰레기인지 선별한다.

노원 자원회수시설에는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중랑구 △동대문구 총 6개 지역에서 발생한 생활 폐기물이 모인다. 하루 평균 500톤의 폐기물이 시설로 들어온다. 시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운영된다.

서정호 노원 자원회수시설 현장소장은 "보통 재활용이 안 되는 휴지나 종이, 장난감 등 생활폐기물을 소각장에서 태우고 있다"며 "지금은 분리수거가 잘 돼서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요즘도 연탄, 유리그릇 등 연소가 되지 않는 쓰레기들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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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자원회수시설 처리 공정./그래픽=조수아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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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자원회수시설에서는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로 난방 온수와 전기를 생산한다. 당초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자원회수시설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다. 노원 자원회수시설 인근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은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난방비의 70%를 감면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총 6647세대다. 지원 대상에는 보육원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노원 자원회수시설 주변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사용한 난방비는 51억9573만4470원이었지만 감면 혜택으로 주민들이 납부한 금액은 15억3524만8670원에 그쳤다.

소각장에 옮겨진 폐기물은 최대 1100℃ 고온에서 연소돼 재로 변한다. 소각 과정에서 증기와 연소가스가 만들어지는데 증기는 탱크를 거쳐 발전소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하루 평균 6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된다. 나머지 증기는 서울에너지공사로 전달돼 난방 온수로 제공된다. 이 역시 6000세대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처음 폐기물에서 연소된 가스는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어 처리설비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서 소장은 "연소가스에 포함된 먼지·황산화물·다이옥신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을 환경부가 정한 기준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수증기는 굴뚝을 통해 외부로 방출된다. 서 소장은 "수증기가 외부 대기와의 온도 차로 결정이 만들어지며 흰 연기처럼 보여 시민들이 화재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난방 온수와 전기도 생산하지만 쓰레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민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 소장은 "1997년에 처음 시설이 지어질 때 주민들의 반대가 엄청 심했다"며 "지금도 가끔 냄새·소음 관련된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때마다 직원들이 직접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쓰레기 처리시설이 더욱 필요해질 텐데 주민 반대로 다른 지역들도 유치 과정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시설도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시설 1층을 개방하는 등 슬기롭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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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7시20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 자원회수시설에 있는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자원회수시설은 24시간 가동된다./사진=민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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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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