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대게집 75만원 환불 거부’ 논란… 식당과 손님 중 누구의 갑질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해 12월 31일 울산의 한 대겟집에서 손님 A씨가 선결제한 영수증 내역. /대겟집 사장 B씨 측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의 한 대겟집 사장이 지난 2일 자기 가게에 75만원을 ‘선결제’한 손님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손님은 대겟집 측의 접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전액 환불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며 하소연하는 글을 온라인에 썼다가 피소됐다.

대겟집 사장은 손님의 ‘갑질’을, 손님은 대겟집 사장의 ‘갑질’을 주장한다. 당시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중재는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는 ‘대겟집 75만원 환불 거부’ 사건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손님 A씨가 보배드림에 올린 글과 대겟집 사장 B씨, 울산경찰청 설명을 종합하면, 사건은 작년 12월 31일 발생했다. A씨는 장모 생일을 맞아 친지 9명과 대겟집을 찾았다. 엿새 전 예약했고, 예약시각은 오후 7시 30분, 홀이 아닌 룸을 잡아달라고 했다.

사전 일정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된 A씨 일행은 식당을 예약시각보다 빨리 방문했다. 오후 6시 15분쯤이다. A씨 일행은 ‘7시쯤 예약을 했다’고 했고, 대겟집 측에선 선결제를 하라고 했다. A씨는 75만원을 긁은 뒤 올라갔다. 그런데 빈 룸이 없었다.

A씨 측은 5~10분여 매장에 빈자리가 나는지 지켜보다가 1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선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예약한 룸이 있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룸도 없고 홀도 우리 가족이 앉을 테이블이 없으니 카드 결제 한 거 취소해달라”고 A씨가 요구했을 때, 대겟집 측은 “게가 이미 찜기에 들어가 죽어서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대겟집 측에서는 “룸은 지금 없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니까 홀에서 먹고 가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분명 일주일 전에 룸으로 예약하고 온 건데 카드 취소는 해주기 싫고 ‘먹고 가던지 가지고 가라’는 식으로 나와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경찰을 불렀다”고 했다. 경찰은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민사로 처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지난해 12월 31일 울산의 한 대겟집에서 환불 문제로 업장 측과 손님 간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출동한 경찰이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 /대겟집 CCTV


대겟집 사장 B씨 측은 당시 상황을 조금 다르게 기억했다. B씨는 “결제 당시에 룸 이용 가능 여부가 확인이 안 된 것은 맞는다”면서도 “손님이 약속된 예약 시각보다 1시간가량 일찍 와서 당장 룸을 준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B씨는 “대게 삶는데 30분이 걸리고, 미리 오셨으니 홀에서 대기 하면 예약 시간 전 방으로 응대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B씨 측은 또 A씨 일행이 오후 6시 50분쯤 룸에서 빈자리가 나왔을 때도 일방적으로 환불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음식값 일부를 환불해줄테니, 포장을 해 가라고 제안했을 때도, A씨는 ‘전액 환불’만 요구했다는 것이 B씨 측 주장이다. B씨는 “A씨가 가게 입구에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바람에 오던 손님도 8팀 정도 그냥 돌아갔다”고 했다.

A씨는 그 뒤 ‘식당의 환불거부 어디에서 도움 받을 수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보배드림에 글을 썼다. 부당한 환불 거부라며 이 일로 울산 북구청과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넣었다고도 했다. 언론사에도 제보해 A씨 주장을 담은 커뮤니티발 기사가 일부 보도되기도 했다.

A씨는 B씨 가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쓴 글에서 제시된 단서로 네티즌들은 대겟집을 특정해 냈다. B씨는 이로 인해 최근까지도 항의성 장난 전화에 시달리고 있고, 그의 가게는 포털 사이트에서 별점 테러를 받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지난 2일 글 작성자로 추정되는 A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울산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분석한 뒤 고소인 측과 일정을 조율해 조만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명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