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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온몸이 아픈'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애환…"이 악물고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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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는 날들 계속되면 피말라"…도시락 배달업 자영업자 경험담 커뮤니티 게시글 '공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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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배달업 시작한지 10개월. 온몸 안아픈 곳이 없네요. 저는 허리, 집사람은 어깨. 특히 퇴근 후 잠자리 들 때, 고통이 더 심합니다. 밤새 끙끙거리고, 몇번이나 잠에서 깨어나 시계 보고, 또 선잠을 청하고. 그래도 새벽이면, 거짓말같이 멀쩡하게 다시 출근하네요. 오늘은 꼭 병원 가야지 마음먹지만, 치료비도 걱정되고, 병원 가는 자체도 겁이 나서, 매번 가지 못합니다. 덜컥 수술하자면 어떡하나 걱정돼 더 못가네요. 병을 키운다는 것은 알지만, 마음 편하게 하루 쉬고 병원 가지 못하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슬픈 자화상. 그래요, 이 악물고 하는 수밖에.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한 자영업자의 글이 SNS상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내와 함께 도시락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겪고 있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60대 남성의 이야기다.

'명동삼춘'이라는 별명의 글쓴이는 "여유롭게 여행이나 다니고, 맛집 찾아다니며 호사를 누릴 나이, 손자들 재롱에 웃음꽃이 피어나야 할 노년이지만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도시락 전문점을 운영하며 겪고 있는 애로점과 발견한 노하우 등을 동료 자영업자와 자영업을 모색하고 있는 이들에게 상세히 전했다.

글쓴이는 원래 직업 군인이었다. 20여 년을 현역으로 일하다 예비군 지휘관(예비군 동대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는 "지인의 황금빛 사업 계획에 솔깃해 퇴직하게 됐다"며 "세상 물정 몰랐고, 무엇보다 귀가 얇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군인 퇴직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 하였죠. 퇴직금 전부 날리고 빚까지 몽땅. 신용불량자에 안해본 게 없는 오랜 세월. 한때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는 식구가 있어, 용기를 내고 희망을 부여잡았네요.



글쓴이는 지난해 2월부터 도시락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시간이 이어졌다. 그는 "열심히 하면 되겠지, 막연한 확신으로 자신 있게 도전했지만, 3개월까지는 계속 적자였다"며 "월세를 못냈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준비 부족을 꼽았다. 배달 요금 체계에 무지해 배달비가 매출의 20%에 달할 줄은 몰랐다. 그는 "각종 수수료 등 비용을 제외하면 순익이 15% 정도 밖에 안되는 현실을 모르고 시작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곱씹었다.


가장 고비는 사업 첫 한달입니다. 완전히 공치는 나날들의 연속이면, 사람 환장하고 죽어납니다. 매번 음식을 다 버려야 하고. 기다림의 연속이 사람 피를 말리죠. 그것이 일주일만 계속 되어도 힘이 빠지고 기가 소진되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처음 석 달까지는 주문 일부를 빠뜨리고 보내 배달비를 더 물고 배달을 두번 보내기도 했다. 여름에는 숱하게 잔반을 버렸다. 살도 심하게 빠졌다. 먹거리가 가득했지만, 때를 놓치면 끼니를 걸렀고, 밥을 먹다 주문이 들어와 두세번 일어서면 그다음엔 먹히질 않았다.

물론 계속 실패 경험만 한 것은 아니었다. 치열한 노력으로 성공의 이야기도 썼다. 기업이나 관공서에 편지를 돌리며 홍보해 주문을 늘렸고, 피크타임 외에는 직접 배달을 나가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글쓴이는 자신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익은 높게 희망하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커 곧 실망하게 됐다며 이같은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잘 되는 가게를 권리금 주고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리뷰 관리 잘 되어 있는 업체로 안전하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강조한 그는 "성공과 실패 아직 현재진행형인 60대 우리 부부, 2024년도 힘차게 전진하겠다. 몸도 건강, 마음도 건강"이라며 글을 끝맺었다.

이 글을 읽은 커뮤니티 회원들은 "웃으며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같은 60대라서 더 공감이 가구요", "정말 인생이 담긴 정성스러운 글이네요. 제 삶도 돌아보게 됩니다", "인생을 담담히 공유해주신 글에 감탄했습니다", "글을 너무 재밌게 잘 쓰셔서 정독 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는 얘기들입니다" 등의 반응을 남기며 대한민국 한 자영업자 부부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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