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소 ‘최대 민감업종’ 조선업
2014년 대비 종사자 수 절반으로
근로자 9만3038명 중 외국인 6.4%
지난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9만3038명. 이 중 외국인은 6031명으로 비율로는 6.4%다. 조선업 종사자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2014년 20만34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불과 10년 만에 근로자 숫자가 반 토막이 났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오는 2027년부터는 13만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직의 신규 인력 유입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현장인력 양성의 중심이 되는 전문대학의 규모와 수가 빠르게 감소 중이다. 2016년 14개 대학 17개 학과였던 조선해양 관련 전문대학의 수가 지난해에는 3개 대학 5개 학과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20회 조선해양의 날'에서 정진택 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 겸 삼성중공업 사장이 삼성중공업 협력사 대로이엔지에서 근무하는 콤크릿씨에게 '우수조선해양인상'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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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인력난이 불거진 시점은 2016년이다. 조선업체들이 수주 절벽을 만나 방황했다. 당연히 임금이 떨어졌다. 저출산 여파로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2010년대 후반부터 감소해 노동시장의 인력 규모 자체가 줄어든 시점에 종사자들이 줄기 시작한 것이다. 인력감축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줄어든 인력이 조선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문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밀려들어 오고 있지만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이 모자란다.
통계청 예측을 살펴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대 3728만명에서 2030년대 3381만명, 2050년대 2419만명으로 지속 감소할 전망이다. 이마저도 조선소들이 밀집한 지역의 인구는 더 빨리 감소하고 있어 한국 조선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잔고(남은 건조물량)가 3년 치를 넘는 상황에서 인력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손은 없어지는데 조선사들은 2021년과 지난 2년 연속으로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초과 달성이 유력한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올해 연간 수주목표(157억4000만달러·21조522억원)를 조기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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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력난의 대안은 외국인과 로봇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 등 정부는 조선업계의 인력난 타개를 위해 외국 인력 도입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1분기까지 5000명이 넘는 외국인 인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조선사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기 위해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사내 협력사를 포함해 총 2000명의 외국인 인력이 근무 중인 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외국인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은 옥포 조선소 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 9개동을 리모델링했다. 삼성중공업도 새로 투입된 직원에게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자동화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삼호중공업에 총 1200억원 이상을 들여 자동화 장비를 설치하고 세계 최초 스마트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을 활용해 생산을 최적화·자동화한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역시 2020년 선수와 선미의 곡선형 블록 제작에 쓰이는 로봇 ‘곡누리’를 개발해 현장에 투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삼성중공업 역시 거제조선소에서 협동로봇을 용접 공정에 활용해 생산성을 약 40% 높이고 안전사고 위험성을 줄였다.
다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실제 외국인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려고 하면 능력 미달로 투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와 함께 안전성·임금 등의 문제로 생산현장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며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디지털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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