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1차 조건 충족…경영 정상화까지 '난관' 수두룩
경영진 오판에 따른 '사기업 위기 수습'하는 국책은행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11일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워크아웃 결정을 통해 태영건설이 경영 정상화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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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최문정 기자] 유난히 눈 소식이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펑펑 내린 눈이 대한민국 곳곳을 덮었지만, 경제계는 역동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전자 업계는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 집중했습니다. CE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힙니다. 매년 1월 초 열리고 한 해의 신제품과 기술 동향을 엿보는 자리인데요. 국내 기업들 역시 CES 2024에 참석해 저마다 기술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했습니다. 특히 국내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려 로봇' 시제품을 공개해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1000조 원 규모의 주택 담보 대출(이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지난 9일 총 32개 금융사가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편리하게 모바일·인터넷 환경에서 주담대 갈아타기가 가능해진 만큼 많은 이용자들이 몰렸습니다. 특히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 시행 하루 만에 한도를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건설 업계에선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가장 먼저 이 소식부터 들어보시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사옥에서 열린 '태영그룹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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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우려 끊이지 않는 까닭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맞은 태영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습니다. 11일 진행된 채권단 투표에서 워크아웃 개시 조건을 충족했는데요, 1차 고비를 넘겼을 뿐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그렇습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채권단 '96.1%'가 동의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오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의 상환을 유예받게 됐습니다. 만약 주채권은행이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1개월 연장도 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 약정한 PF 대출을 상환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까지 온 태영건설 입장에선 3~4개월간은 '빚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이 기간도 조건이 걸려 있어, 완전히 빚의 부담에서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채권단 협의회는 4월 11일까지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실사에서 태영건설 우발채무 규모가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면, 즉시 워크아웃이 중단되고 태영건설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또한 이 기간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의 근본 원인이 된 PF 사업장에 대해선 사업장별로 대주단(대출을 해준 금융사 모임) 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을 지속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장인지, 지금이라도 정리를 하는 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곳인지 등을 살펴보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은 60곳(브릿지론 사업장 18개, 본 PF 사업장 42개)으로 수익성을 검증할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와 별개로 태영건설이 협력 업체에 미지급한 대금 지급 및 일부 공사 현장의 임금 체불 문제는 이번 워크아웃 결정과 무관하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태영건설과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업체는 450여곳으로, 이들에 대한 비용 지급 등 실사 기간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만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주채권은행은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4월 11일 제2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계획안을 결의할 예정입니다. 이 결의에서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재차 얻어야 이후에도 워크아웃이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태를 촉발한 책임이 있는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약속한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도 워크아웃은 중단됩니다.
-이런 과정을 무사히 거쳐,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하기까지는 수 년가량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또한 설령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오너 일가의 자구노력으로 워크아웃이 성공해도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쌍용건설이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13년 다시 신청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번에도 국민 혈세를 쓰고 사기업을 지원했다가 헛돈만 쓰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사옥에서 열린 '태영그룹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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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전례가 있다 보니 태영건설이 친 사고를 산업은행 등이 나서 해결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죠?
-그렇습니다. 태영건설은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사기업입니다. 이들은 지금은 부실 덩어리가 된 PF 대출을 이용한 건설업으로 활황기에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 돈이 어디로 갔을까요. 가장 큰 과실은 오너 경영진이 가져갔습니다. 2020~2022년 3년간 윤 창업회장과 아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태영그룹 오너 부자가 태영건설에서 받은 보수는 약 67억 원, 이들 일가가 수령한 주식 배당금은 71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태영건설의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를 윤 창업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어, 이들은 태영건설에서 지주사로 넘어간 배당금을 재배당받아 실제로는 태영건설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건설사로 돈을 잘 벌 때의 과실은 오너 경영진이 가져가고, 이들의 경영 실패로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모두의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이유 있는 지적입니다. 실제 채권단이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빚을 일부 탕감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채권단 수장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입니다. 또한 태영건설의 부실 PF 사업장도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래저래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태영건설의 PF발 위기가 나빠진 건설 경기 때문인지, 태영건설 경영진의 오판 때문인지. 후자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을지, 채권단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지원을 통해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모색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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