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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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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준석 '스벅 회동'…18분 웃었지만 묘한 기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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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운데)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페에서 회동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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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이른바 제3지대 물살의 중심에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미래대연합 소속 김종민 의원이 14일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회동했다. '번개'에 가까운 만남으로, 가까운 곳에서 격의 없이 만나기 위해 스타벅스로 정했다고 한다.

작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은 약 18분간의 대화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공감했다고 한다.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확실하게 느껴진 미팅이었다”고 분위기를 띄운 김 의원은 본지에 “자주 모여 소통하자는 의견도 오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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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 출범식 및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종민, 박원석, 조응천, 이원석, 정태근 공동추진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박원석,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조응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원석,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정태근, 최운열 전 의원, 최성 전 고양시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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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을 마친 세 사람은 곧장 민주당 탈당파인 김 의원과 이원욱·조응천 의원, 국민의힘을 탈당한 정태근 전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손을 잡은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제3지대 주요 인사들이 모였다.

이들은 “텐트를 크게 쳐달라. 기꺼이 함께 밥 먹고, 함께 자겠다”(이낙연)라거나 “텐트보다도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이준석)같이 연대를 강조하는 말을 했다. 미래대연합 대표를 맡은 조 의원은 “혐오·적대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했고, 사무총장을 맡은 이원욱 의원은 “건전한 팬덤과 새로운 정치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양향자 대표 출판기념회 때 모였고, 최근 이낙연·이준석 대담 녹화가 이뤄진 데 이어 이날 카페 회동까지 성사되는 등 제3지대 ‘빅텐트’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주축이 된 새로운미래 창당준비위원회도 이번 주 초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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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응천 의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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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 사이에는 장밋빛이라고 단정 짓기 힘든 묘한 기류도 흐른다. 연대에 더 적극적인 쪽은 이 전 대표다. 그는 12일 라디오에서 “협력 방법이 뭔지는 논의해야지만, 함께 해야 한다”고 이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날도 “오늘은 기득권 양당의 포로에서 벗어나는 정치 해방의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위원장은 더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미래대연합 출범식에서 “‘떴다방’ 같은 이미지로 비친다면, 그런 결사체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며 “적어도 다음 대선까지는 무조건 함께할 것을 서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하게 모여서 다 갈아버리면 그게 죽이지 비빔밥이겠냐”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제3지대 세력이 신속하게 합당한 뒤 비례·지역구 후보를 함께 내야 한다는, 이른바 ‘조기 통합론’에 선을 그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서 야권에선 상대적 거리가 더 가까운 이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 등이 먼저 손을 잡고, 이 위원장 측 개혁신당과는 나중에 담판을 짓는 연합 방식이 거론된다. 야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이 2월 초까지 먼저 손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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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회망 대표 출판기념회. 앞줄 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양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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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진보 진영의 반(反)이재명 기류가 합쳐지면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진보층 및 일부 기성세대와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중도보수 성향의 2030 청년층이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준석 신당(13.9%)과 이낙연 신당(8.7%)의 지지율이 선방한 여론조사(쿠키뉴스-한길리서치, 6~8일 조사) 등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여론도 훈풍을 보태고 있다. 정치평론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중도·무당층과 제3지대를 바라는 이들이 결합할 교집합만 찾아낸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부 분파만 6개에 달하는 제3지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교통정리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구체적으론 제3지대의 성패를 가를 비례대표 후보 배분 문제가 민감한 이슈로 꼽힌다. 제3지대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려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선전하는 것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 분파의 세력과 지지율이 제각각이라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대표 지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파워 게임’이 벌어지면 제3지대의 참신함은 줄고 국민의 피로감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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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제3지대 인사들의 이념 성향, 이슈별 인식의 스펙트럼이 넓어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를테면 젠더 이슈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지지층 간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 교수는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젊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와 이낙연·금태섭·류호정 지지층의 정서가 융합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현출 건국대(정치외교학) 교수도 “정부 지지를 철회한 보수층과 이재명 대표를 외면한 진보층의 방향을 한꺼번에 아우를 대안을 제3지대가 명쾌하게 제시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손국희ㆍ김정재ㆍ전민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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