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당선인은 반중 성향이 강한 민진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로 꼽힌다. 단기적으로 중국의 무력시위, 경제적 규제, 외교적 경고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다면 중국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며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초기 국면을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진보당의 라이칭더 신임 총통 당선인이 지난 13일 타이베이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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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관계가 악화할 경우 주식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인플레이션이다. 당장 대만해협의 경우 전 세계 무역 물동량의 50%가 지나는 핵심 항로다. 양안 간 갈등이 불거져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대만해협 위기 → 인플레이션 상승 → 기준금리 조기 인하 후퇴 → 주식시장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고려해 국방비 관련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규모가 현재 3% 안팎으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동시에 미국의 화폐유통속도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21% 올랐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미국이 재정 건전화나 물가 안정 등 중기적 목표에 우선해 군사비 관련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현재 화폐유통속도 반등과 맞물려 물가를 왜곡할 수 있다”며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근본 원인은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 과정에서 군사비 관련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늘어난 유동성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안 관계의 대립 과정에서 미국의 군사비 관련 재정지출이 확대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받을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라이칭더 정부가 대(對)중국 강경 일변도로 가기 어려워 양안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지지율이 40.2%였는데, 2020년 선거 때 당시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득표율 57.1%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집권당의 수성으로 기존 차이잉원 정부의 정책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과거보다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진 민진당이 중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는 어렵다”며 “적절히 위험을 관리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단기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2022년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 포위 사격훈련에 나서며 지정학적 위험 수위를 높였다. 외국인 투자자들 이 시기 대만 증시를 떠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 달 동안 4조1380억원을 사들였다.
이번 대만 선거가 아닌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분기점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만 리스크 바탕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해양 진출 전략’의 충돌이 있다”며 “결국 미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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