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민진당, 지지율 하락·의회 과반확보 실패 주목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독단적 친미·반중 노선 어려울 듯"
이번 대만 선거는 향후 미·중 관계를 좌우할 중대 변수로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친미·반중 성향의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중 갈등 격화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변국인 한국 시장까지 영향권에 들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양안 상황의 심각성을 당초보다 낮게 보는 근거는 이번 대만 선거 결과에서 찾았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대만 선거 결과를 "민진당의 반쪽짜리 성공"으로 평가하면서 "비록 선거에서 이겼지만 민진당이 뜻을 강하게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양안 관계에서 민진당이 과도하게 독단적인 노선을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만 대선 친미·독립 민진당 라이칭더 당선…첫 12년연속 집권 |
민진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지지율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낮아진 데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해 일방적인 외교정책을 강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민진당의 이번 선거 득표율은 40.1%로 2020년 선거 당시 57.1%보다 하락했다.
민진당의 입법회(의회) 의석수는 2020년 61석으로 전체(113석)의 과반을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51석에 그쳤다. 국민당이 52석으로 민진당을 앞섰으며 민중당이 8석을 점했다.
KB증권도 보고서에서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었으나 의회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의석수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일방적인 친미·반중 노선 정책을 도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대만 민심은 경제·외교정책의 일방향적 운용을 반대한다는 점"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설정도 일방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기에는 지지기반이 약해졌다는 점에서 대만발 극단적 지정학적 리스크 시나리오는 확률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라이칭더 총통 당선 전하는 대만 신문 |
이에 따라 양안 관계가 당분간 현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대만의 대치 구도는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고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만은 미국과 경제 및 안보 면에서 더욱 밀착할 것"이라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대만선거 결과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만큼 상황이 나빠지진 않는다 해도 민진당이 집권한 지난 8년간 지속돼온 양안 갈등의 심화는 불가피해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미·중 양측이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이기 때문에 양안의 긴장이 심각한 위기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복합적 냉전이 점차 심화되는 국제정세에서 대만해협의 불안정성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봤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낮아진 지지율, 여소야대 국면 등을 감안하면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라이칭더의 실책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2024년 하반기 미국 대선 기간 반중 정서가 높아질 때 라이칭더의 정책 스탠스가 함께 강경해질 수도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선거 결과가 주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주 말보다 0.04% 오른 2,525.99로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지수는 0.96% 내린 859.71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6.7원 상승한 1,320.2원에 마감했으며,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3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3.191%를 기록했다.
대만 총통·부총통 당선인과 포즈 취한 미국 대표단 |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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