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협력 분야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15일 "제12차 SMA를 위한 협상을 조만간 시작해 올해 안에 마무리짓기로 한·미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양측은 협상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상태이며 한국 측은 협상을 담당할 수석대표 인선도 사실상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4.01.16 open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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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11차 SMA는 2025년에 종료된다. 아직 협정 유효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한·미가 새로운 협정을 위한 협상을 서둘러 시작하기로 한 것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과거 트럼프 재임 기간 경험한 것처럼 한국에 지나치게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국내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10차와 11차 SMA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2019년 10차 SMA 협상은 미국 측의 과도한 증액 요구로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시간벌기를 위해 사상 초유의 유효 기간 1년 짜리 협정을 체결해 위기를 넘겼다.
이어 벌어진 11차 협상에서는 한·미 협상대표가 총액 기준 13%를 인상하는 합의안에 동의했으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에게 기존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인상을 요구하며 합의안 승인을 거부해 양국 관계를 위기로 몰고 갔다. 양측은 기존 협정이 만료된 이후에도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지 못해 '무협정 상태'를 수개월 이어간 끝에 2021년 3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야 가까스로 새로운 협정에 서명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12차 SMA 협상은 내년 초 시작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올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한국은 한·미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트럼프식 인상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 대선이 끝나기 전인 올해 안에 유효기간이 최소 4년 이상인 다년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그의 임기 내에 SMA 협상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선거 유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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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집권 직후부터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터무니 없는 규모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0일 가디언, 폴리티코 등 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미국은 유럽 방위에 힘을 보태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한 사실을 공개했다.
브르통 위원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이 공격받으면 미국은 결코 도움을 주거나 지원하러 오지 않을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죽었다. 우리는 (나토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일 출신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당신 독일인들이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 400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국에게도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삼성 TV를 파는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준다"면서 "이게 공평하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한국인들에 대해 "다루기가 끔찍하다",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라고 비난한 사실도 보도된 바 있다.
현재 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동맹국을 상대로 한 방위비 증액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미 방송 폭스뉴스 주관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대로 우리를 대우할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답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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