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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해외 유명 성우의 목소리를 가져다 쓴 국내 스타트업의 AI 챗봇 서비스가 논란이다. 목소리를 도용 당한 성우는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는데, 정작 챗봇을 만든 스타트업은 "관련 AI법을 제정해 달라"며 목소리를 낸다. 어찌된 일일까.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웨임(WAME)은 락스타게임즈 대표 게임 'GTA' 성우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한 AI 챗봇 서비스를 내놨다. 이 회사는 얼마 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주변에 GTA 팬이 있나요? 이제 여러분의 게임 경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세요. 지금 바로 GTA5의 주인공인 마이클 드 산타와 실감나는 음성 대화를 나눠보세요"라는 홍보 글을 게시했다.

이에 GTA5의 주인공 목소리 성우인 네드 루크는 웨임의 게시글을 X에 공유하며 "X소리다. 내 음성을 컴퓨터로 분석해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전혀 멋지지 않다. 이 쓰레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한 웨임을 저격한 메시지다.

웨임은 되레 이 상황을 노이즈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웨임의 마케팅 담당자는 'GTA5 배우 네드 루크, 웨임 AI 목소리 사용에 반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이 사건이 AI 기술이 인간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능력에 대한 윤리적, 법적 쟁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웨임은 "게임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이클의 AI 클론 목소리를 사용했으나, 이는 네드 루크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이 사건은 목소리 배우의 지적 재산권과 개인적 권리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사가 성우의 목소리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한 해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현재 법률적 잣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웨임 마케팅 담당자는 "현재의 저작권 법은 AI로 클론된 목소리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창작자와 목소리 배우 모두에게 법적 불확실성을 남긴다"면서 "웨임은 이번 사건을 통해 AI 기술과 관련된 법률의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명확한 법적 틀이 마련된다면, AI 기술 연구 및 제품 개발이 더욱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술 개발자, 창작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가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음성권 이슈는 이미 전 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일랜드 성우 레미 미셸 클라크는 미국 언론사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27달러만 지불하면 사이트에서 실제와 같은 목소리를 쓸 수 있는데 어떤 회사가 30초 녹음을 위해 (성우에게) 2000달러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성우 협회 회장인 팀 프리들랜더 역시 "성우들은 자신도 모르게 대체자를 훈련시키고 있다"며 "무섭다"고 했다.

그동안 초상권과는 달리 음성권은 분쟁 사례가 크게 없었다. 다만 최근 판례에서 음성권 역시 국민의 기본권리로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동의 없이 특정인의 목소리를 땄을 경우 불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인격권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지만, 법 이론과 법원의 판례를 통해 인격에 관한 권리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도 유명인의 '음성'을 비롯해 성명, 초상, 서명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저작권법상에서도 AI 음성합성 기술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인공지능(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 제2차 회의를 가졌다. 워킹그룹은 ▲이용자 관점에서 공정 이용과 관련된 저작권 쟁점 ▲권리자 관점에서 적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저작권 법제도 ▲AI 산출물과 관련된 저작권 등록제도 ▲오픈소스 라이선스와 저작권 침해 문제 등의 쟁점을 논의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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