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사우나에서 박종만씨(64)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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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씻을 곳이 마땅하지 않은데 여기 와서 따뜻하게 있을 수 있으니 아주 편하고 좋죠."
섭씨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찾아온 22일 오전 9시45분쯤 서울 중구 퇴계로의 남대문사우나. 쪽방촌 주민 박종만씨(64)가 목욕을 마치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와 함께 목욕탕을 찾은 배충훈씨(55)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목욕을 하면 피로가 풀리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직원들이 잘 대해줘서 좋다"고 했다.
남대문사우나 카운터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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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높아진 난방비로 부담이 크던 목욕탕에 쪽방촌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가 한미그룹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동행목욕탕 사업 덕분이다. 동행목욕탕 사업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의 의지로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와 공동 운영하며 시작된 상생 모델 사업이다.
쪽방 주민에게 월 2회 목욕탕 이용권을 제공하고 목욕탕 사업자에게는 운영지원금 월 100만원과 이용대금을 지원한다. 이용대금은 월 초에 전달에 이용자들 쓴 이용권 수를 계산해 현금으로 지급한다. 쪽방 주민들에게는 씻고 쉴 기회를 주고 목욕업소에게는 경영난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겨울철 한파 기간인 1월과 2월엔 목욕탕 이용권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서울시가 운영하는 밤추위대피소도 운영한다. 밤추위대피소 야간 영업으로 인한 인건비나 난방비 등 손실은 서울시가 최소 인원 보증으로 영업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남대문 사우나의 입구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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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목욕탕 이용권. /사진=박상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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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19 탓에 목욕탕 사업을 접은 곳이 많다.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891곳이었던 서울시내 목욕탕은 2022년 704곳으로 줄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는 난방비가 크게 올라 목욕탕 사업이 크게 힘들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2022년 12월에 비해 2023년 12월 13.9%가 올랐다. 같은 기간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 역시 각각 5.6%, 12.1% 높아졌다.
2001년부터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정한기 남대문사우나 사장(49)은 "난방은 도시가스와 전기 두 가지로 한다"며 "적정온도를 열탕 44도, 온탕은 42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전기료는 400만원정도 나가고 도시가스는 1000만원 정도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5명에 대한 인건비와 건물 관리비까지 합치면 1개월 고정 지출만 4000만원이 넘어 힘이 든다"며 "아직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씨는또 "코로나 기간 매출이 90% 줄었고 3년 동안 적자가 계속 나 대출을 받으면서 근근이 버텨나갔다"며 "서울시청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고민이 됐지만 이 사업을 통해 기존 이용 고객보다 더 많은 사람을 유입하면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이 사업을 통해 매출이 20~3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특별시립남대문쪽방사무소에 따르면 남대문사우나가 동행목욕탕 사업에 참여한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쪽방촌 주민 매월 평균 396명이 해당 목욕탕에 방문했다.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구의 한 쪽방촌 내부 사진. 샤워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사진=박상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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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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