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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기자수첩]"단통법 폐지 왜 발표했냐"는 현장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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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선언에 그친 정부 발표

추진 방안·정책 효과 등 내용 없어

총선 앞둔 선심성 정책 의구심만

아시아경제

정부가 민생토론회 다섯번째 과제로 꺼내든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는 세간의 관심이 컸다. 휴대폰을 살 때 추가 지원금 상한을 없애겠다는 건데, 통신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말기 할인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 것일까. 뚜껑을 열어보니 단통법 폐지 추진이라는 선언적 문구 외에는 내용이 없었다. 22일 오전 예정됐던 민생토론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레 불참하면서 김이 샌 것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날 오후에 열린 관계부처 브리핑은 맹탕 그 자체였다.

언제 시행될지, 또 정부 설명대로 단통법 폐지만으로 얼마나 휴대폰 구매비가 절감될지 등 질문이 브리핑에서 나왔다. 하지만 자리에 참석한 당국자 어느 누구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단말기 가격 상승이나 심화된 통신 시장 포화, 이로 인한 통신사의 전략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없었다. 대신 통신사 영업이익 증가 수치만 내세웠다. 통신사가 벌 만큼 벌었으니 지원금을 늘리지 않겠냐는 단순한 논리였다.

구체적인 추진 방식도 없었다. 정부는 단통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선택약정 할인(월 요금제 25% 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금할인 제도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규모로 산정되기 때문에 단통법이 폐지되면 25% 요율을 산정하는 근거가 무너진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고 시장에서 실제도 작동하려면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어떻게 소비자들의 요금할인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별다른 고민이 없어 보였다. 노인 등 정보 소외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시장만 혼탁해지는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는데,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며 하나 마나 한 말만 했다.

현장에선 "현시점에 발표하는 계기가 무엇인지"를 묻는 말까지 나왔다. 정책에 대한 고민이나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으니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의심만 산 것이다. 설익은 정책에 시장만 휘둘리고 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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