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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美 '임신중지권 폐지' 파장

트럼프 꺾을 승부수로 '임신중지권 보장' 연일 띄우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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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 웨이드 판례 복원을" 주장
낮은 국정 지지율에 '돌파구' 될까
WSJ "미국인 대부분 낙태에 찬성"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서 열린 임신중지(낙태)권 지지 캠페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매너서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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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일 여성의 '임신중지(낙태)권 보장'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50여 년 전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했던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2년 폐기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리턴 매치'가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첫 캠페인 집회를 임신중지권 지지에 썼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 바이든 영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함께 이날 버지니아주(州) 매너서스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관련 집회에 참석했다. AP통신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네 사람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라며 "민주당이 낙태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임신중지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우리는 '로(Roe)'를 다시 미국의 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는 1970년 임신중지 수술을 허용해 달라며 소송을 냈던 미국 여성의 가명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3년 후인 1973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놓았는데, 당시 낙태 금지를 주장했던 검사 '헨리 웨이드'의 이름과 묶어 '로 대 웨이드' 판례로 불린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2022년 6월 이를 폐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여성의 기본권이 박탈당한 건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하는 바람에 대법원이 '보수 6 대 진보 3' 구도로 재편됐고, 그 결과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폭스뉴스 타운홀 행사에서 "나는 그것(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을 해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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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 웨이드' 판례를 깬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문 초안이 사전 유출된 2022년 5월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임신중지권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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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측은 대선 선거 운동에서 임신중지권 이슈를 전면에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사실상 낙태가 전면 금지된 텍사스주를 떠나야 했던 여성의 증언을 담은 대선 광고 '강요(Forced)'를 21일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해리스 부통령도 '로 대 웨이드' 판결 51주년이었던 22일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당초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 중단에 반대하진 않되, 열성적 지지자도 아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개월 전 신앙을 이유로 '낙태를 아주 지지하진 않는다'고 했던 바이든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저조한 지지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4일 미국 A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33%에 그쳤다면서 "트럼프는 물론, 조지 W. 부시(2001년 1월~2009년 1월 재임) 이후 어떤 현직 대통령보다도 낮았다"고 보도했다. WSJ는 "임신중지는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이슈"라고 짚었다. 지난해 5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임신중지권 동의 여부에 대해 미국인 34%는 '언제나 그렇다'고, 51%는 '특정 상황에선 찬성한다'고 각각 답했다. '반대한다'는 13%가량에 그쳤다. 미국인 대부분이 여성의 임신중지에 우호적 시선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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