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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북한·미국에 기대려는 ‘이 남자’…지지율 바닥, 외교로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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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시다, 파벌정치 쇄신 나서
주요 파벌 해체하고 권한 축소
각료 추천 막고 돈줄 차단 불구
“개혁 못 믿어” 日여론 싸늘

4월 국빈 자격으로 미국 방문
22년만에 北日정상회담 추진


매일경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24일 중의원 예산회의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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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스캔들’로 뭇매를 맞고 있는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간 쇄신안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파벌’은 정책집단으로 존속시키되, 각료 추천 기능을 없애고 정치자금 운용을 최소화하는 등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민당을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번 쇄신안으로 복잡한 국내 이슈를 조속히 정리하고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23~24%로, 연일 ‘정권 퇴진 위험’ 수준인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25일 자민당은 파벌 정치 개혁을 위한 정치쇄신본부 회의를 열고 그간의 논의 성과를 담은 중간 정리안을 발표했다. 이달 초 정치쇄신본부가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파벌 해체까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파벌을 존속시키는 것을 용인하기로 했다. 대신 자금 모집과 인사 추천 기능이 없는 정책집단으로 권한은 줄이는 조건이다.

특히 각 파벌이 명절을 맞아 활동비 명목으로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소위 ‘떡값’ 등을 폐지하고, 파벌이 운용하는 정치자금도 최소한으로 억제하라고 요구했다. 또 파벌의 회계 책임자가 체포·기소될 경우 해당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도 함께 처분되도록 당규를 개정할 방침이다.

현재 자민당에는 6개 주요 파벌이 있다. 6개 중 이번 비자금 스캔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는 이미 파벌 해체를 선언했다.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아베파는 2018~2022년의 5년간 정치자금 6억7503만엔(약 6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기시다 총리가 소속됐었던 ‘기시다파(고치정책연구회, 의원 46명)’와 ‘니카이파(시스이카이, 의원 38명)’도 파벌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정치쇄신본부 회의에 앞서 의원 수가 가장 적은 ‘모리야마파(근미래정치연구회, 8명)’도 파벌을 해체했다.

남은 파벌은 의원수 56명으로 2위인 ‘아소파(시코카이)’와 3위로 53명인 ‘모테기파(헤이세이연구회)’ 두 곳 뿐이다. 이들은 파벌 존속을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번에 정책 집단으로 역할과 기능 등이 변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쇄신안이 제대로 지켜질 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처음 정권을 내준 1994년에도 파벌 해산을 선언했지만 이듬해 파벌 활동이 재개됐다”며 “기시다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하려면 파벌 인맥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 위기 속에서 기시다 총리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외교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 취임 이래 굵직한 외교 무대의 주역으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한층 끌어올렸고 껄끄러운 이웃이었던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성공했다. 이같은 노력은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로 연결됐다. 회의에서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정신·공약 등에 합의하며 대북 억제력 강화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활동하며 리더십을 보여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또 12월에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50주년 특별 정상회를 개최하며 성장 지역인 인도·태평양의 맹주가 되겠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이런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덕분에 지난해 8월 큰 숙제로 꼽혔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성사시켰다. 비록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피해 영향권에 있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묵인 속에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도 굵직한 외교 일정이 많다. 오는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일본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4월 10일을 전후해 미국 워싱턴DC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이나 만찬을 할 예정이다. 또 방미 기간 의회 연설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우방이자 일본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기시다 내각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성사시켰던 기시다 총리는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에 이어 중일 양국간의 정상회담 성사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현안인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등을 위해 두 정상간의 회담이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오는 3월 서울에서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3월 20~21일 양일간 서울 고척돔에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이 열리는데, 기시다 총리가 깜짝 등장해 시구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LA다저스에는 일본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야구선수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꼽혔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뛰고 있다. 또 샌디에이고에는 투수 다르빗슈 유와 함께 올해 영입된 왼손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가 있다.

MLB에서 뛰는 야구선수들의 인기를 등에 업을 경우 지지율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기시다 내각은 보고 있다. 실제 야구광으로 통하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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