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5년 만의 선고 결과 '무죄' |
(서울=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수뇌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지 약 4년 11개월 만에 290번의 재판 끝에 나온 판결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각종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 혐의를 받았으나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검찰은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으나 수사와 기소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하급자들의 직권남용죄 등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고,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가담 등 공범 관계가 검찰의 제시 증거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증거로는 유죄 입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 개입 혐의를 받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이었다.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혐의까지 있어 '사법농단'이라는 오명까지 붙었으나 이 또한 범죄 입증이 되지 않았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전현직 판사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이 하급심 유죄를 선고받고 2022년 2월 상고심이 시작됐으나 여태껏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법부 전직 수장이 법정에 선 초유의 이 사건은 '재판 독립'이라는 사법부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다루는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2017년 사법부 내부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이 사건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대법원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8년 6월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수사를 지휘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시 3차장검사로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를 벌인 끝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구속기소 하는 등 전현직 판사 14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1심에서 사실상 '완패'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로 재판을 통한 사법농단 단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이에 기반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사건의 유무죄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 남아 있지만 1심 판단대로라면 검찰도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한 셈이다.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와 기소를 했는지, 아니면 당시 '사법 적폐 청산'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겸허한 자세로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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