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론 머스크가 세운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머릿속 뇌 칩 이식 소식이 전해지면서 임상 현장에서 실제 환자들에게 어떻게 적용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그가 세운 스타트업 '뉴럴링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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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뉴럴링크 측은 일단 중증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초기 목표로 제시했다. 머스크는 이 기술로 시각 장애인이 시력을 회복하고 사지 마비 환자가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스티븐 호킹이 속기사나 경매인보다 빨리 의사소통하는 걸 상상해보라”라고도 했다. 물리학자 호킹은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아 평생 휠체어 생활을 했다. 머스크는 비만과 자폐증, 우울증, 조현병 같은 질병 치료에도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은정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와 관련, “신장·심장·폐 등의 장기가 손상되면 장기 이식을 할 수 있지만 중추 신경계가 손상되면 대체 방법이 없다. 중추 신경계 손상이 있고 재활로 회복하기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반드시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그간 움직임이 제한되는 환자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2016년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척수가 손상된 환자 뇌에 칩을 심고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시연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뇌전증 환자에게서도 대뇌 피질에 전극을 깔고 신호를 받아 발작파가 어디서 기원하는지 보는 등 침습적(검사장비 등을 직접 침투하는 방식)인 모니터링을 할 때가 있다”라며 “이런 전극은 간격이 넓고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돼 해상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는데 뉴럴링크의 칩은 뇌 신호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특수 제작된 칩을 대뇌 피질을 뚫고 들어가 이식한다는 차원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블룸버그도 뉴럴링크 칩에는 전극이 1024개 부착돼 있어 다른 장치들과 비교해 많다며,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거로 분석했다.
머스크가 2020년 8월 칩 이식을 설명하면서 공개한 자료와 칩의 실제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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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상용화된다면 사지가 마비된 환자 등이 1차적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로 전망했다.
이은정 교수는 “뇌졸중·척수 손상 등 의식은 있는데 외상과 출혈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운동 장애가 있는 마비 환자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뇌 기능은 보존되어 있는데 출혈이나 경색 등으로 뇌간 일부가 손상돼 눈을 위아래로만 움직인다거나 사지를 못 움직이는 잠금증후군(Locked-in Syndrome)환자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자폐나 우울증 등의 영역으로까지 확장 가능할지 모르겠다”라면서 “침습적 행위이기 때문에 해당 질환에 대해선 기존의 다양한 신경 조절 방법이 먼저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우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도 “사지마비 환자들이 마비로 인한 기능 손실을 회복하는 게 첫 번째로 기대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같은 사물을 떠올리고 같은 의도를 해도 사람마다 뇌 활성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로 특화된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지 기능이 온전하고 단순히 팔다리를 못 움직이는 수준일 때 가장 효용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진 교수는 다만 “뇌 안에 직접 칩을 심어야 하는데 뇌 전체를 커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며 “주변의 뇌 활동을 평가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패턴 등을 보고 추측하는 식으로 정보를 조합, 해석해야 하는 점이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비만이나 우울증 등은 식욕 등의 충동이 들거나 적절하지 못한 기분에 빠져들 때 알람 등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형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손영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에 있는 시각 피질 전기를 자극해 카메라에 보이는 영상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라며 “향후 뇌 특정 부위를 정밀하게 전기 자극해 여러 정신질환이나 신경계 질환 같은 것들 치료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키는 일종의 전자 약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감염이나 기타 부작용 가능성 등 안전성 논란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은정 교수는 “이물질을 삽입하는 것이니 감염의 위험성이 있을 순 있다”라면서도 “뉴럴링크에서 하는 건 무선 형태인 데다 두피에 심고 닫는 폐쇄형으로 돼 있어 파킨슨 환자에 전극을 심는 것과 감염률 수준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민 교수는 “뉴럴링크 칩보다 더 큰 기계인 미국 뉴로페이스라의 RNS 신경 자극기도 두개골 두피 아래 이식해 수십 년 산다. 임상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 면역 거부 반응은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수연·채혜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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