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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정부는 세금 안 내도 된다는데, 노점상은 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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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노점상이 신용카드를 안 받는 이유는 사업자 등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지만 정작 노점상인은 내고 싶다며 '노점상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노점상이 신용카드를 안 받는 이유를 다룬 첫 번째 팩트체크 기사는 지난달 23일 [팩트체크] '노점상 신용카드 허용' 명동 가봤더니-③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연합뉴스

빗속 영업 준비하는 노점상인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에서 부가가치세법에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노점상은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노점상의 사업자등록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부가가치세법 제6조 3항에는 "사업자가 사업장을 두지 않으면 사업자의 주소나 거주지를 사업장으로 한다"고 단서 조항이 있다.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거주지를 사업장으로 등록할 길은 열려 있다.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관계자도 "사업자 등록은 납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사업자를 등록하는 것에 불과할 뿐 합법, 불법 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아니다"며 "이동형 사업자도 얼마든지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노점상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노점상이 거주지를 사업장으로 등록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다산의 이주희 변호사는 "노점상은 고정된 장소에서 사업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사업장이 없다고 봐서 거주지로 사업자를 등록하려고 해도 세무서가 반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노점을 불법으로 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과연 행정관청이 단서 조항을 이유로 노점상의 사업자 등록을 허용해줄까?'라는 해석 문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 사업자등록에는 영업신고증이 필요한데 노점상은 영업신고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종로보건소 식품위생과 담당자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 14에 따라 건물 안에 식당이 있어야 한다"며 "노점상은 시설 기준에 맞지 않아 발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신고증이 없어도 사업자 등록을 할 순 있다. 그럴 경우 지역 세무서 부가가치세과 담당자가 현장을 확인하고 사업자 등록을 내줄지 결정한다. 문제는 그 판단 기준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로구청 부가가치세과 담당자에게 이를 질문했을 때 "현장 확인을 통해 사업자 등록을 내줄 순 있지만, 무조건 허가를 내주는 건 아니다"며 "각 담당자가 영업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노점상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기에 사업자 등록이 이곳에선 되고, 저곳에선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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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말살 조례 제정 저지 투쟁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 사진]



◇ 노점상인은 면세 대상 = 우리나라에선 지방세법,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에서 노점상인에 대한 면제가 이뤄지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 211조(계산서의 작성·발급)에선 노점상인의 영수증 발급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그 이유를 여러 정부 부처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노점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었다. 행정안전부 지방세법 담당자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노점상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라며 "노점상이라 하더라도 '기업형 노점상'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의 상식 범위를 넘어선 노점상이라면 소득 증빙이 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소득세법 담당자는 "영세하거나 연세가 있는 분들이기도 하고, 세금계산서 발급이 불가한 업종이라고 판단해 세금계산서 발급을 면제해준 것 같다"고 했고, 부가가치세법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노점상인분들은 사업자 등록된 분들이 적을 수밖에 없고, 영세하다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점상은 실제로 영세할까. 통계청이 지난해 2월에 발표한 '2021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2021년 월평균 소득이 333만원인데, 노점상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빈곤사회연대가 2022년 1월 '코로나19 시기 노점상의 소득 감소와 삶, 그리고 대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노점상의 월평균 운영소득은 131.2만원(전국 노점상인 106명 대상)이었다. 또 노점 운영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노점상이 54.9%로 절반 이상이었다.

노점 운영 이유에 대해서도 '사업 실패·실업'으로 인한 운영 비율이 57.5%, '장애·채무 등 개인 사정으로 일반 취업 어려움'으로 인한 운영 비율이 20.8%로 순위를 차지했다.

◇ 노점상들은 면세를 좋아할까 = 그렇지 않다. 노점상들은 "세금을 내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각 지자체가 식품위생법 등을 근거로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노점상에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언제, 얼마를 내야 할지 모르는 과태료보다는 제도권에 들어가 정해진 세금을 내고 보호도 받고 싶다는 게 노점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노점상 단체가 2022년 1월 노점상을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해달라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제출한 '노점상 특별법'의 핵심은 이것이다. "행정 단속으로 인한 일명 '폭탄 과태료'로 생존권을 위협받느니 제도권에 들어가 정당하게 세금을 내며 장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국민동의청원은 동의자 5만명을 모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넘어갔지만, 지난해 2월 청원에 대한 국회 회의가 한차례 열렸을 뿐, 그 후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노점상 문제를 담당할 정부 부처가 없다는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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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열린 전국 빈민대회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김나영 민주노련 대외협력실장은 지난달 9일 연합뉴스 인턴기자를 만났을 때 "노점상은 세금과 관련한 정책의 면제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불법이라고 매도된다"며 "특별법은 노점상들도 세금을 내며 당당하게 장사해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노점상인들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법에 동의한다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서면 인터뷰에서 "단속 위주의 정책으로 노점상을 불법으로 낙인찍는 게 문제였다"며 "노점상이 탈세의 대표처럼 보이는데, 세법에서 각종 면제 대상이 되기에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었다. 세금을 내고 공공환경에 기여하도록 노점상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당국의 입장은? = 소상공인 담당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조주현 전 차관은 지난해 2월14일 국회 회의에서 "여타 국가법과의 충돌 가능성이라든지 사업자등록 의무나 도로점용 원칙, 임대료 부담 등에 대해서 소상공인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현재의 불법 상태를 그대로 권리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발언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노점상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기에 법 테두리에 들어와 있는 분들이 아니기에 담당 소관 부처도 없고, (특별법은) 국가법 체계와 충돌된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주희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 부가가치세법 규정으로 노점상이라는 특수형태의 직업군을 다 포괄해낼 수 없다"며 "특별법이 국가법과 충돌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충돌이 문제라면 노점상만의 사업자등록 규정을 보완한다거나 입법으로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법 개정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무법인 자성 박정규 세무사는 "영리를 취득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국세청은 지금까지 노점상에 대한 세무 간섭을 최소화하며 이들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노점상인들이 제대로 된 신고를 할 수 있게 돕는 동시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법 개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노점상이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양대 강성훈 정책학과 교수는 "노점상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경제안정권 보장과 세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도로 점용을 관리하는 지자체와의 협상과 사회적 합의 역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노점상이 제도권 내로 들어와서 발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턴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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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인기 간식 붕어빵은 대표적인 노점 음식이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 규제에 따라 쇠퇴 중인 일본 노점상, 한국은? = '야타이', 지붕이 있는 노점 즉 포장마차를 뜻한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 '서울올림픽' 전후로 노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노점상을 단속했다.

동국대 송정현 일본학과 교수는 "과거 후쿠오카, 오사카 등에 야타이 거리가 성행했지만, 후생성 규제에 따라 급격히 쇠퇴했다"며 "규제에 따라 관광지로 주목받은 야타이 거리만의 고유한 색채를 잃어버린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빈민운동가 최인기 씨가 2022년 출간한 '가난의 도시'에 따르면 일본은 1955년 이후부터 노점상을 관리했고, 65년부터는 노점 규격화를 실시하며 틀을 규정했다. 명의변경 금지와 각서 및 서약서 제출, 신규 영업금지 등의 기준이 그 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1년 발표한 '노점상 관리 방안 중·장기대책 모색'에 따르면 1997년 기준 일본의 노점은 약 400개뿐이었고, 그중 280개가 후쿠오카현에 있었다. 이에 최인기 씨는 '가난의 도시'에서 "2016년 후쿠오카의 나카스 지역을 방문했을 때 20대가 안 되는 포장마차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일본의 노점상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단결하지 않으면 생계 터전을 지켜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각 구청 내에 '야타이 문제 대책반'을 운영해 단속을 심화했다.

유럽엔 '플리마켓'이 있다. 파리의 플리마켓은 도로 사용료를 내고 용역 업체가 공급하는 전기, 물을 이용해 장사한다. 프랑스는 1969년부터 차량을 이용한 노점상과 일반 노점상 영업을 대상으로 당국에서 허가서를 발급해줬다. 유럽연합 역내에서는 6개월 이상 고정 주소가 없는 사람에게도 허가서를 내줬다.

'가난의 도시'에서 최인기 씨는 "어느 나라든 노점상은 공식적인 경제 부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생계 방편"이라며 "불안정 노동과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 한 노점상이 늘어나는 현상은 여러 나라에서 확인된다. 이를 지역사회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은 최소화하되 노점상의 순기능은 최대화하여 '도시 문화'로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이동주 의원은 "최근 현대화된 도시 안에서 풍물적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데 합법적인 노점을 통해서 단속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관리 위주의 행정을 한다면 충분히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노점상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지자체, 노점상 같이 논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charcoal6116@yna.co.kr

hjhkk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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