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서울의 여름철 사망자 수가 최대 82%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부터 탄소중립을 실천한다 해도 사망자 증가율이 23%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협동과정조경학 박사과정 김상혁(제1저자)씨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생태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이동근 교수(교신저자)는 지난달 말 한국보험학회지에 게재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여름철 사망자 수 예측’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22년까지 여름철(6∼8월) 서울과 부산 지역의 연평균 사망자는 서울 8706명, 부산 4229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살, 사고사 등 외인사를 제외한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집계한 결과다.


이 기간 연간 사망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19년을 기점으로 급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인체가 고온에 노출될 경우 온열질환이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호흡기나 심혈관계 기저 질환이 있으면 이것이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개발한 ‘공동 사회·경제 경로’(SSP) 4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온도와 습도를 기반으로 산출한 여름철 연간온열지수(WBGT)가 이번 세기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90∼2099년 사이에 서울과 부산에서 여름철 최다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경우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해도 지난 26년간 여름철 평균 사망자 수(8706명)보다 사망자 수가 23%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탄소중립을 달성한 사회’ 시나리오인 SSP1의 예상 1만707명이었다. 지금처럼 탄소배출을 이어간다면 이 증가율은 82%로 늘어나서,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하는 사회' 시나리오인 SSP5에서는 1만586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근 교수는 “지금부터 각성해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해도 기온과 습도는 오르고 초과 사망자는 발생하게 돼 있다”며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기후를 누릴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의 경우 여름철 사망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기는 했으나, 서울보다는 증가율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서울과 부산의 인구수 차이, 그리고 기후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시나리오별 증가율은 최소 9%에서 19%였다. 이 지역의 여름철 평균 사망자 수는 4229명인데, 2090∼2099년 여름철 사망자는 4617∼5028명으로 현재 대비 약 8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산은 이미 연평균 습도가 78%에 달한다”며 “증가할 수 있는 WBGT의 한계치가 낮아 서울보다 사망자 수 증가 폭이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는 2030년 같은 가까운 미래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처럼 보이나, 2040년이나 2050년이 다가오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고, 2080년쯤이 되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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