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 중 웃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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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9개월 넘는 수감 시절이던 2021년 늦가을에 감옥에서 쓴 자필 메모가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5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연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회 북콘서트에서 출판사 '중앙북스'를 통해 미공개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메모에서 "저는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2017년 10월16일 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더 이상의 재판 절차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모든 역사적 멍에와 책임을 제가 지고 가는 대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관용을 부탁드린 바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같은 해 10월 자신의 구속 연장이 결정된 뒤 '정치 보복'이라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구치소에서는 탄핵 심판 때부터 변호를 맡다가 사임한 유영하 변호사 말고는 일절 변호인 접견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메모에서 "그 후 대통령으로 재직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 찍히고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며 "그리고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또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안보를 굳건히 지켜냈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보람 있었다"고 했다.

나아가 "2006년 테러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며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 서로를 보듬으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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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판 회고록은 2권으로 구성됐다. 각각 400쪽 정도 분량이다.

책에는 18대 대선 이후인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사저 입주 전까지의 약 10년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수감 생활 중 나빠진 건강 상태와 극심한 허리 통증에도 마땅한 의자가 없어 큰 국어사전을 쌓아 의자로 사용하며 지냈던 일상에 대한 내용도 공개했다고 한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 단상에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올랐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라며 "역사는 반복되며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한다.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도 많았고 후회스런 일도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 아쉬운 일에 대해선 아쉬운 대로, 잘한 결정은 또 그대로 써서 미래 세대에 교훈이 될 수 있으면 해 집필을 결심했다"며 "이 행사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재활운동을 한 덕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와 달걀, 시리얼과 요구르트, 커피 한 잔을 혼자 준비해서 먹고 재활운동을 했다"고 전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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