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5년 만…“사법부 독립 무너지고 국민 신뢰 저하”
재판 개입은 무죄…“직권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 적용
'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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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법 농단’ 당시 사법부 3인자였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을 맡은 동안 위법적인 권한 행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지만,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선 앞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같이 ‘직권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는 논리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1부(김현순 부장판사)은 5일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임 전 차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1909일 만이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 업무 전반을 수행하면서 권한을 이용해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고, 전 재직 기간 위법적인 권한 행사가 이뤄졌다”며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이나 청와대를 위해 쓴 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이 유명무실해졌고, 사법부의 공정성 및 국민 신뢰가 저하됐다”며 “사법부를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책무를 해야하는 법관들이 다시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사건 초기 언론을 통해 뇌리에 깊이 박힌 사법농단 의혹 등은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대부분 실체가 사라졌다”며 “유죄로 인정된 범행도 임 전 차장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나 예산에 관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수사 7년 가까이, 본 소송만 5년 넘게 이뤄지는 동안 유죄로 판정돼 (실제 자신이 저지른) 범죄보다 몇 배 많은 혐의를 막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한 일종의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 사건 관련 500일 넘게 구금돼 죗값을 일정 부분 치렀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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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에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이유서를 작성‧검토 지시한 혐의,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준 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법적 책임 검토를 지시한 혐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악을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봤다.
또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와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 편성·집행해 국회와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기망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의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 준 혐의 등 대다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정 정당과 일부 국회의원 등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은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선고까지 마무리되면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4명에 대한 하급심 선고는 모두 이뤄졌다.
앞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임 전 차장을 포함해 하급심에서 일부라도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은 세 명이 됐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투데이/김이현 기자 (spe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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