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개입 유죄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 재판 개입은 무죄
판사 블랙리스트 무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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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최상위 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 김현순 조승우 방윤섭)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죄목만 30여개에 달한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한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비자금 조성 등 4개 범주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먼저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 관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은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는 등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청와대 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소송 일반 당사자인 정부에 도움 주고자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2015년 3~8월 홍일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내용을 검토하도록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도 “국회의원 개인을 위해 법률 자문을 해준 행위로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법관 윤리강령에도 반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015년 6월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도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에 반해 직권남용에 해당하며, 심의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며 유죄로 봤다.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천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대다수가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거래 의혹 중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서는 무죄로 인정됐다. 임 전 차장은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받아 감수해 준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사법부의 대행정부 업무로서 필요성과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되고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거나, 일부 해당한다 해도 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유·무죄를 따져 물으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국민의 신뢰를 저해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지원하는 데 이용했다”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이념은 유명무실하게 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된 데 이어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커다란 자괴감을 줬다”고 질타했다.
다만 “사법 농단 의혹 대부분은 실체가 사라진 채 행정처 심의관에게 부적절한 지시를 한 혐의만 남게 됐고, 이런 혐의도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를 받은 혐의도 대부분 피고인 단독으로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5년 동안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사회적 형벌을 받은 점, 500일 넘게 구금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선고 직후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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